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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보람 Jun 01. 2023

할머니 손은 약손!?!

문조절이론, 관문조절설, 저주파 치료기, 통증, TENS

일상에서 '할머니 손은 약손'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을 거예요.      


배가 아프면 할머니가 배를 문질러주시며

“할머니 손은 약손~”


다리가 아프면 할머니가 다리를 만져주시며

“할머니 손은 약손~”


“에이 할머니 손이 무슨 약.... 드르렁 드르렁~~~”  


신기하게도 아픈 건 없어지고 어느새 곯아떨어집니다. 정말 할머니 손은 약손일까요?    


우리 몸엔 통증을 차단하는 문이 하나 있습니다. 원래 문이란 두 공간을 구분하고 서로 차단할 수 있는 경계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문은 크게 두 가지로, 닫으면 두 공간이 완전히 차단되는 문(door)과 닫아도 두 공간이 완전히 차단되지 않는 문(gate)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문(door)은 집이나 방에 들어갈 때 사용하는 문처럼 닫으면 두 공간이 완전히 차단되는 것이고, 문(gate)은 공항 또는 지하철 개찰구같이 경계는 있지만 문이 닫혀도 두 공간은 개방되어 있으며, 상황에 따라 문이 열리거나 닫히는 문입니다. 우리 몸에 있는 통증을 차단하는 문은 문(gate) 형태입니다. 다양한 통증 자극이 전달되는 개방된 구조물이며, 상황에 따라 열리거나 닫혀서 통증의 흐름을 조절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문(gate)을 아교질(substantial gelatinosa; SG)이라고 하며, 이 문을 통해 통증을 차단하는 기전을 문조절이론(gate control theory)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통증을 차단하는 문이 조절되는 과정을 알아보기 위해, 먼저 통증이 전달되는 과정부터 알아보겠습니다. 예를 들어, 집에서 물이 먹고 싶어서 급하게 주방으로 향하다가, 방문에 새끼발가락이 부딪혔습니다(상상만으로 끔찍하네요...). 이렇게 단 한 번의 강한 자극(저빈도 고강도)은 A-δ와 C 통증수용기에서 느낍니다. 이 통증은 작은 신경섬유인 A-δ와 C 신경섬유를 통해 전도되어 아교질(SG)로 이동합니다. 작은 신경섬유로부터 통증을 전달받은 아교질 문의 기능이 억제되어 문 , 열린 문을 따라 통증이 이동하게 됩니다. 이어서 이 통증은 통증 전달 세포인 T-cell로 전달되어 백색질맞교차(white commissure)를 지나 반대쪽 가쪽척수시상로(lateral spinothalamic tract)를 타고 뇌로 이동하게 됩니다. 마침내 광범위한 대뇌피질의 몸감각영역에서 통증을 느끼게 됩니다. 이처럼 단 한 번의 강한 자극으로 인해 아교질의 기능이 억제되어 통증을 느낀다는 것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교질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게 다면 이 통증을 차단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악! 생각만 해도.... 악!


방금 부딪혔던 새끼발가락을 부여잡고 바닥에 주저앉았습니다. 이번엔 통증을 차단하는 과정을 알아보겠습니다. 새끼발가락을 손으로 감싸고 문지르며 통증이 사그라들길 기다리죠. 이렇게 문지르는 여러 번의 약한 자극(고빈도 저강도)은 큰 신경섬유인 A-β 신경섬유를 통해 전도되어 아교질(SG)로 이동합니다. 이러한 큰 신경섬유로부터 전달받은 자극은 아교질 항진시키는 역할을 하여 본래 아교질의 역할인 문을 견고하게 닫고, 통증은 닫힌 문을 통과하지 못해서 통증 전달 세포로 전달되지 못합니다. 그리곤 서서히 통증이 감소하게 됩니다.


이러한 문조절이론의 원리를 이용한 전기치료기기가 텐스라 흔히 말하는 경피신경전기자극치료기(transcutaneous electrical nerve stimulation; TENS)입니다. TENS는 80~120Hz의 고빈도 저강도의 전류를 흘려보내서 A-β 신경섬유를 효과적으로 자극할 수 있는 저주파 치료기입니다. 일상에서도 흔히 보이는 저주파 치료기들도 문조절이론에 근거해서 통증을 차단하는 것입니다.  

   

할머니의 손으로 우리의 아픈 곳을 여러 번 가볍게 문질러주시는 것 고빈도 저강도 자극으로 A-β 신경섬유를 자극해 아교질을 항진시키고 통증을 차단한 것이었습니다. 할머니의 손엔 과학이 담겨 있던 것이었죠.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할머니의 따뜻 마음지도 모릅니다. 어렸을 때 키워주신 외할머니가 생각나네요. 유년시절을 거의 함께 보냈었는데... 키워주신 보답 한 번 제대로 못 해 드리고 하늘나라로 보내드린 것 같아서 항상 마음에 걸립니다. 수시로 생각날 때마다 산소를 찾아가지만... 아무 의미가 없네요.


할머니 보고 싶어요 ㅠㅠ


여러분도 계실 때 잘하세요.... ㅠㅠ


<이 글을 읽고 아래 내용을 생각해 보세요>


1. 통증이 전달되는 과정을 설명해 보세요.

2. 통증이 차단되는 과정을 설명해 보세요.

3. 할머니를 생각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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