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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를 밀까요? 당길까요?

인테리어, 리모델링, 뼈사이막, 빗끈, 아빠 좀 나가서 놀아~

by 최보람

“휴~”

학교를 다녀온 둘째가 책가방을 현관 앞에 툭 떨어뜨립니다.


“짜잔~”

저는 무언가 보여줄 게 있었는지 효과음을 냅니다.


“또 바꿨어?”

둘째는 주위를 둘러보며 한심하다는 듯이 말합니다.


“그래~ 아빠가 또 바꿨어~”

제가 대답하기 전에 아내가 더 한심하다는 듯이 대답합니다.


전 머쓱 거리며 웃기만 할 뿐 대답할 수가 없습니다.

말없이 소파에 털썩 앉아서 거실을 둘러보며 짓는 흐뭇한 표정 또한 감출 수 없습니다.


드디어 집에 아무도 없을 때 거실 가구 재배치에 성공했습니다.


집과 연구실을 오가는 매일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에, 항상 같은 분위기에 같은 공간까지 반복되니 지루함을 넘어 따분함까지 느껴집니다. 집값이 너무 올라서 이사는 갈 수 없고, 연구실도 마음대로 옮길 수 없으니, 가구 재배치로 새로운 공간을 창출할 수 있게 되죠. 거의 2주에 한 번은 거실 가구를 재배치합니다. 연구실은 2달에 한 번은 하는 것 같아요.


테트리스를 하듯이 가구를 이리저리 돌려서 재배치하다 보면 새로운 공간이 창출됩니다. 이사한 것 같은 느낌도 들고, 집이 넓어진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하고, 왼쪽에서만 보던 티비를 오른쪽에서 보니 더 재밌네요(^^;;). 가구를 옮기면서 자연스럽게 청소도 한번 하게 되고, 평소 활용하지 않던 공간에서 아이들과 화분도 심고, 아내와 차도 한잔하게 되는 예상하지 못했던 활동에 희열을 느낍니다.


소파 한 번 같이 '밀어준' 적도 없으면서, 오히려 내 옷을 '잡아당기며' 말리기만 하면서, 온갖 잔소리만 해놓고 나중엔 지들이 더 잘 놀면서...^^ .... 응? 그런데 일상에서 소파를 옮긴다는 의미로 ‘밀어서’라고 표현하지, ‘당겨서’라고 표현하지 않는 것 같네요. 옷도 ‘잡아당겨서’라고 하지 ‘잡아밀어서’라고 하지 않네요. 물체의 무게에 따라 사용하는 힘의 크기 차이를 표현한 것 같은데요. ‘밀다’와 ‘당기다’의 사전적 의미로는 힘의 방향 차이를 표현할 뿐 힘의 크기에 대한 의미는 나와 있지 않습니다. ‘밀어서’ 이동하는 것과 ‘당겨서’ 이동하는 것에 힘의 크기 차이가 있을까요?


너무 무거운 물건이라 팔꿉관절의 폄에도 물체가 밀리지 않으면, 팔꿉관절을 편 채로 체중까지 싣게 됩니다. 이때 물체를 미는 힘의 작용에 대해 내 몸으로 전해오는 힘의 반작용을 견뎌야 합니다. 이를 뉴턴의 ‘작용-반작용 법칙’이라고 하며 일상에서도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공기처럼 함께 하는 법칙이죠.


풍선을 원래 크기보다 크게 불어서 잡고 있던 입구를 열면 나가는 바람에 반대 방향으로 풍선이 날아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풍선에서 바람이 나가는 작용만큼 바람이 풍선을 반대 방향으로 밀어서 반작용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풍선의 경우에는 풍선의 질량이 작아서 반작용이 잘 나타나지만, 일상적으로는 사람이 길을 걷거나 무거운 물체를 밀 때도 사람이 지면이나 물체를 미는 작용만큼 나타나는 반작용의 힘을 감당할 수 있는 질량이 되기 때문에 큰 변화가 없어 보이는 것입니다.


팔꿉관절을 편 채로 체중을 실어서 물체를 밀 때도 그만큼의 힘이 나에게 전달되고 있지만, 눈에 보이지는 않습니다. 나에게 전달되는 반작용의 힘은 손과 손목을 지나 노뼈로 전달됩니다. 아래팔(forearm)은 노뼈와 자뼈로 이루어져 있어서 두 뼈는 팔꿉관절의 가쪽과 안쪽을 형성하고 있지만, 노뼈만 아래쪽에 있는 손목뼈들과 함께 손목관절을 형성하기 때문에 손과 손목으로 들어온 반작용의 힘이 노뼈로만 전달되어 가쪽 팔꿉관절에 힘이 집중되어 팔꿉관절에 과다한 힘이 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노뼈와 자뼈 사이에 뼈사이막(interosseous membrane)이라는 구조물이 있어서, 노뼈로만 지나는 힘을 자뼈로 분산시키게 되어 가쪽과 안쪽 팔꿉관절에 힘을 균등하게 전달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힘은 어깨를 지나 몸통과 다리를 타고 발목관절로 전달되게 되고, 발과 지면간의 마찰력이나 발목관절을 발바닥 굽힘 시키는 근육이 버티는 힘에 따라 내 몸을 지탱하며 앞으로 밀수도 있고, 너무 무거운 물체면 내가 뒤로 미끄러질 수도 있는 것입니다.


234.jpg 밀어요 밀어!

너무 무거운 물건이라 팔꿉관절의 굽힘에도 당겨지지 않으면, 손목과 손가락 근육의 강한 굽힘 힘이 필요합니다. 미는 힘은 손바닥을 물체에 대기만 하면 됐다면, 당기는 힘을 손가락을 물체를 잡거나 걸어야 하므로 근육의 힘이 동원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당기는 힘의 작용에 대해 마찬가지로 반대 방향으로 미는 반작용의 힘이 발생하여 팔꿉관절에서 노뼈와 위팔뼈간의 간격이 멀어지게 됩니다. 이러한 관절 간의 벌어짐을 막기 위해 뼈사이막과 함께 있는 빗끈(oblique cord)이라는 구조물이 있지만, 당기는 방향에서 뼈사이막은 느슨해지고, 빗끈은 얇은 구조물이기 때문에 버티기 어려워서 근육인 위팔노근의 힘이 필요하게 됩니다. 위팔노근(brachioradilis)은 노뼈의 붓돌기에 붙어서 팔꿉관절을 지나 위팔뼈까지 연결된 아주 긴 근육으로 이 근육의 활성이 팔꿉관절의 노뼈와 위팔뼈 간의 간격을 유지해줄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이 힘은 미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어깨를 지나 몸통과 다리를 타고 발목관절로 전달되게 되고, 발과 지면 간의 마찰력이나 발목관절을 발바닥 굽힘 시키는 근육이 버티는 힘에 따라 내 몸을 지탱하며 뒤로 당길 수도 있고, 너무 무거운 물체면 내가 앞으로 미끄러질 수도 있는 것입니다.

123.jpg 당기는건 근육이 많이 사용되요~

일상적으로 미는 힘과 당기는 힘의 차이를 알고 있지 않아도 내 몸의 체중으로 물건을 미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번 내용을 통해 미는 힘이 당기는 힘보다 근육을 덜 사용하며 체중을 이용한 효율적인 힘의 사용인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무의식적으로 내가 당기는 힘을 사용한다고 생각될 때 바로 태세전환을 하여 미는 방향으로 힘을 바꿔보세요.


평소 앉아계신 부모님의 어깨를 주무르기 위해 부모님의 등 뒤에 앉아서 어깨를 꼭 쥐었다면, 자세를 바꾸어 부모님을 침대에 엎드려 눕게 하고, 부모님의 머리 위에서 다리 쪽으로 어깨를 꾹 눌러주면 본인 체중으로 효율적인 압력을 가할 수 있습니다. 허리를 주무를 때도 척추뼈를 중심으로 본인이 있는 쪽의 반대쪽 허리를 밀면서 눌러주는 것도 같은 원리입니다. 무분별하게 강한 힘만으로 압력을 가하다가 오히려 손상을 줄 수도 있습니다. 물리치료사가 환자의 자세를 여러 번 바꾸면서 치료를 하는 것도 상황에 맞게 힘을 효율성을 생각하며, 환자의 안정을 위한 것이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KakaoTalk_20230827_201520038.jpg 살짝만 밀어도 체중이 실려서 상대방은 시원해할겁니다^^
물리치료사님 오늘도 잘 부탁드립니다.
2025 표지.png

< 이 글을 읽고 다음을 생각해 보세요 >


1. 둘째는 항상 아빠를 왜 한심하게 쳐다볼까요?

2. 어떤 물체를 밀때 뼈사이막은 어떤 역할을 하나요?

3. 물체를 미는게 수월할까요? 당기는게 수월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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