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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불응기를 위해 내년에 티켓팅해줄게!

활동전위, 불응기, 흥분전도, 나트륨, 한화이글스, 티켓 좀 구해줘요 ㅠ

by 최보람


피(?)켓팅에 성공했습니다!


한화와 삼성의 플레이오프 4차전 티켓팅에 성공했습니다. 한화팬인 아내는 그 어느때보다 저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더군요. 당일 경기에서는 삼성 김영웅의 쓰리런 두방으로 한화가 역전패했지만, 포스트시즌을 다녀왔다는 만족감에 아내는 계속 흥분상태였습니다. 결국 5차전에서 한화가 승리하며 19년만에 한국시리즈를 진출하게 되었죠. 경기가 끝나자마자 아내는,


여보~ 한국시리즈도 티켓팅해줄거지?


아 이런.... 아내의 만족도 역치를 상승시키고 말았네요.... 이렇게 계속 아내를 흥분시키다가는 언젠가는 만족도에 미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 것 같아요. 이번에는 신경의 '흥분전도' 방향에 숨겨진 '절대 불응기'를 알아보며 더불어 아내를 어떻게 만족시키며 살아가야할지도 고민해보겠습니다.

KakaoTalk_20251026_130119282.jpg 라팍 첫 직관이라 신난 여보~

전도(conduction)는 접촉된 두 물체의 상태 차이로 인해 에너지가 이동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열(heat)전도는 접촉된 두 물체의 온도 차이로 인해 한쪽은 열을 잃고, 한쪽은 열을 얻어서 열적 평형을 향해 이동하는 원리입니다. 예를 들어, 뜨거운 에스프레소에 얼음과 차가운 물을 넣으면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되는 현상이죠. 신경세포에서 전도되는 활동전위의 흐름은 전기(electric)전도로 현상입니다. 열전도와 차이는 자극이 발생한 지점부터 나트륨 양이온이 이동하는 방향으로 연결되어 있는 신경세포를 따라 전기가 한 방향으로 흐른다는 것입니다.


KakaoTalk_20251026_130119282_01.png 물의 파동도 이렇게 양쪽으로 퍼져나가는데 왜 신경은 한 방향으로만?


탈분극 시 개방되었던 나트륨 통로로 나트륨 양이온(Na+)이 들어올 때 나트륨은 양이온은 양쪽 신경세포로 이동해서 양쪽 나트륨 통로를 개방시킵니다. 그래서 연결된 신경세포의 나트륨 통로로 나트륨 양이온이 들어오게 되어 탈분극이 일어나고, 이어서 옆 신경세포에도 나트륨 양이온이 전달되어 차례대로 나트륨 통로가 열리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미 지나온 자극은 다시 반대로 전달되지는 않는데요, 이는 한 번 탈분극이 되면 나트륨 통로가 다시 열리지 않는 ‘절대 불응기’ 상태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극의 전달 방향은 절대 불응기가 있는 쪽의 반대쪽인 한쪽으로만 이동하게 되어 원하는 기관이나 조직으로 신호를 한 방향으로 전달할 수 있게 됩니다.


(랑비에 마디를 뛰어넘어 양쪽으로 가는 나트륨의 한쪽 방향을 X하고 불응기 표현)


불응기(refractory period)는 자극에 반응하지 않는 기간을 의미합니다. 저의 헛소리에 아무런 반응하지 않는 아내의 일상이라 볼 수 있죠. ‘절대 불응기’는 이전 자극에 의한 반응으로 다음 자극에는 이어서 절대 반응하지 않는 기간을 말합니다. 제가 헛소리를 하던 중에 ’사직에 한화가 온다길래 예매했어‘라는 말을 꺼내면 그제야 제 말에 반응해서 ’정말?‘라고 아내는 받아줍니다. 이어서 ’한화 표 구하기 얼마나 어려운지 알지?‘라고 생색내면 ’그만해~‘라고 딱 잘라버립니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고 계속 말하면 지겹듯이 너무 잦은 행동에 반응이 제대로 나타나기 어렵습니다.


상대 불응기‘는 같은 불응기라도 역치보다 큰 자극에는 반응하는 기간을 의미합니다. 원래 신경의 흥분 방식은 ‘실무율(all or none)‘ 형태를 띕니다. 흥분을 일으키는 강도에 상관없이 어느 정도 이상의 역치만 넘으면 항상 같은 흥분을 전도하게 됩니다. ’절대 불응기‘가 지나고 어느 정도 안정 막전위로 돌아오는 찰라에 또 한번의 강한 자극을 주면 또 흥분을 전도할 수 있게 됩니다. 사직에서 한화를 볼 수 있다는 소식에 들떠 있는 아내에게 어떤 다른 이야기에도 반응이 없을 때 ’다음 경기는 대전 신 구장에서 한화 경기 볼 수 있을 것 같은데?‘라고 하면, ’정말이야!‘라고 반응하는 아내와 같습니다. 요즘 같은 프로야구 열기에 한화 경기를 사직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할만한데, 대전에서 홈 경기로 볼 수 있다니 더 기쁠 수밖에 없겠죠.

KakaoTalk_20251026_162101562.jpg 여보 내년에 또 가자!


이처럼 '절대 불응기'를 통해 신경전도의 방향을 한 방향으로 고정해서 들어오는 감각신경과 나가는 운동신경의 방향을 정해줄 수 있게 되고, 게다가 이전 나트륨 통로가 계속 활성화되지 않도록 휴식 시간을 줄 수 있게 되어 신경의 피로가 덜하게 됩니다. 이러한 적당한 간격을 주는 것이 위기 상황에 더욱 빠르고 정확하게 각 조직과 기관들의 상호 연락할 수 있도록 신경계가 작동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아쉽게도 한국시리즈 티켓팅은 실패했습니다. 이건 뭐 거의 신의 경지의 스피드가 있어야 가능하더군요. 그래도 아내의 만족도 역치를 상승시키지 않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한참 시간이 지나 내년 시즌이 되어 '절대 불응기'가 지나고 난 다음에 직관을 가끔씩 가는게 아내의 만족도를 쉽게 충족시킬 수 있을 것 같네요.


내년엔 티켓팅 꼭 성공해서 대전 신구장 직관가자!
2025 표지.png

< 이 글을 읽고 다음을 생각해 보세요 >


1. 활동전위와 흥분전도의 기전 차이를 확인해보세요.

2. 절대 불응기와 상대 불응기를 다른 일상적인 예로 표현해볼까요?

3. 올해 한화 우승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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