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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를 안 쳤는데, 테니스 엘보래요~

골프를 쳤는데, 테니스 엘보래요~

by 최보람
“나 테니스 왔어~”
“너 그거 골프 아니야?”
“테니스 때문에 손에 힘이 안 들어가~”
“골프 온다 적당히 쳐~”


어느 날 아내를 기다리며 점심을 주문하고 있던 도중, 옆에 있던 여성 세 분의 이야기가 들려서 한참 동안 듣고 있었습니다. 건강 이야기로 시작해서 며느리 이야기, 아들 이야기, 손자 이야기를 타고 넘어 다시 돌아 건강 이야기로 마무리하고 자리를 떠나시더군요. 운동도 열심히 하시고, 건강에 대해 관심도 많으신지 의학용어도 서슴없이 나오시더라고요. 요즘은 테니스 엘보(tennis elbow)나 골퍼 엘보(golfer’s elbow)를 팔꿈치가 아플 때 표현하는 일상적인 용어로 누구나 흔히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테니스나 골프를 치지 않았는데도, 팔꿈치가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테니스 엘보나 골퍼 엘보라고 진단받은 적은 없었나요? 아니면 골프를 치다가 팔꿈치가 아파서 병원에 갔는데, 테니스 엘보라고 진단받은 적은 없었나요? 테니스나 골프 엘보처럼 일상적인 용어로 누구나 알기 쉽게 질환명을 만들었지만, 오히려 혼란을 줄 때도 있습니다. 테니스 엘보와 골프 엘보에 대한 정확한 의미를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테니스 엘보의 정의부터 알아볼게요. 테니스 엘보는 팔의 해부학적인 자세를 기준으로 팔꿉관절을 펴고 손바닥을 정면을 향하게 했을 때, 팔꿈치의 ‘바깥쪽(가쪽)’이 아픈 증상입니다.


◆ 따라해보세요 ◆ 지금 본인의 왼손바닥으로 오른쪽 팔꿈치를 감싸보세요. 이때 손바닥을 찌르는 부위를 팔꿈치머리(olecranon)라 하고, 세 번째 손가락이 끝이 닿는 부위를 가쪽위관절융기(lateral epicondyle)라 하고, 손바닥 아래쪽이 닿는 부위를 안쪽위관절융기(medial epicondyle)라고 합니다.
그림2.png 뼈의 느낌이 가장 잘 느껴지는 피부 표면을 느껴보세요.

가쪽위관절융기에는 손목을 폄할 때 사용하는 근육 4개가 붙어있고, 안쪽위관절융기는 손목을 굽힘할 때 사용하는 근육 4개가 붙어있습니다. 이처럼 손목을 굽혔다 펴는 근육은 대부분 팔꿈치에 붙어있고, 많은 근육이 하나의 부착 위치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라켓을 쥐고 손목관절을 많이 사용하는 운동들은 손목 폄과 굽힘 근육이 붙어있는 팔꿈치의 가쪽과 안쪽위관절융기에 상처와 염증이 생겨서 통증이 발생합니다. 그렇다면 테니스로 인해 팔꿈치는 안쪽과 바깥쪽이 모두 아플 수 있는데 유독 팔꿈치의 ‘바같쪽’ 통증을 테니스 엘보라고 말하는 것일까요?


이유는 테니스의 백핸드 스트로크에 있습니다. 테니스의 스트로크(stroke)는 크게 두 가지로 포핸드(forehand)와 백핸드(backhand)로 나눌 수 있습니다. 포핸드는 공이 라켓을 든 쪽으로 날아올 때 어깨, 팔꿉, 손목관절을 굽히는 동작으로 휘둘러서 주로 팔의 굽힘근육을 사용하고, 백핸드는 공이 라켓을 든 손의 반대쪽으로 날아올 때 어깨, 팔꿉, 손목관절을 폄하는 동작으로 휘둘러서 주로 팔의 폄근육을 사용합니다. 다른 백핸드를 사용하는 운동들은 주로 수비를 위한 동작으로 가볍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배드민턴에서의 서브 동작이나 드롭, 헤어핀 같은 경우 가볍게 백핸드를 사용하고, 하키에서도 패스와 상대방의 공을 뺏을 때 주로 사용됩니다. 대신 두 운동 모두 강하게 공을 쳐내기 위한 공격일 때는 강력한 힘으로 포핸드를 구사합니다. 그러나 테니스는 포핸드 못지않게 강력한 백핸드 스트로크도 공격에 사용합니다. 라켓을 든 손의 반대쪽으로 빠르게 날아오는 공을 쫓아가서 강하게 받아치는 백핸드 스트로크가 테니스의 매력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손목폄근’을 강력하게 사용하기 때문에 손목폄근들이 붙어있는 팔꿈치의 ‘가쪽’이 손상이 많습니다. 그래서 팔꿈치 가쪽에 통증이 있을 때 테니스 엘보라고 합니다.

KakaoTalk_20250804_185105829.jpg 두 운동 모두 스윙 방향은 같지만 테니스는 오른팔, 골프는 왼팔에 더 힘이 들어가죠.

골퍼 엘보는 테니스 엘보와 반대로 팔꿈치 ‘안쪽’에 통증을 많이 느끼는 증상입니다. 골프의 스윙은 테니스와는 달리 모두 포핸드 방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다른 포핸드 스윙을 구사하는 야구, 배드민턴, 하키 같은 운동보다 스윙 궤적이 크고 빨라서 손목관절의 굽힘과 비틀림 동작이 많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골프를 칠 때 팔꿈치의 안쪽위관절융기에 근육과의 마찰로 인한 염증이 자주 동반됩니다. 그래서 팔꿈치 ‘안쪽’에 통증이 나타나는 증상을 골퍼(golfer’s) 엘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테니스 엘보가 테니스를 칠 때뿐만 아니라 배드민턴, 골프, 하키 등을 라켓을 쥐고 하는 운동에서도 발생하고, 손이나 손목을 많이 사용하는 가정주부나, 무거운 물건을 많이 드는 사람들에게도 자주 발병합니다. 골프를 치다가 팔꿈치가 아프면 당연히 팔꿈치 안쪽이 아플 것으로 생각했는데 팔꿈치 바깥쪽이 아픈 때도 있습니다. 다른 포핸드 스윙을 하는 운동도 마찬가지로 손목 굽힘 동작을 많이 하므로, 팔꿈치 안쪽이 아플 것이라 예상하지만 팔꿈치 바깥쪽이 아플 때도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해답은 클럽이나 라켓을 잡는 ‘그립’에 있습니다. 강한 스트로크가 필요한 포핸드 동작은 어떤 그립이든 라켓을 강하게 잡아야 합니다. 라켓을 강하게 잡아야 라켓의 흔들림을 줄이고 공의 타점에 정확하게 맞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때 라켓을 강하게 잡기 위해서는 필요한 핵심적인 동작인 ‘손목관절의 폄’이 필요합니다. 라켓을 잡으려면 손가락을 구부려야 하고, 강하게 내리치려면 손목이 굽힘되어야 하는데 손목관절을 펴라니 좀 의아해하실 겁니다.


◆ 따라해보세요 ◆ 오른손 주먹을 한번 쥐어보겠습니다. 손가락과 손바닥 사이의 공간이 없게 좀 더 강하게 쥐어봅시다. 이와 동시에 상대방을 최고라고 표현하기 위해 엄지를 드는 동작을 할 때 취하는 손목의 위치(손목의 중립자세)에서 주먹을 바라보세요. 주먹을 강하게 쥘수록 손목이 손등쪽으로 젖혀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림4.png 손목을 굽혀서도 주먹을 쥐어보며 힘의 차이를 느껴보세요.

그 이유는 손가락과 손목을 구부리는 근육이 아주 길게 팔꿈치까지 뻗어있게 때문입니다. 손목과 손을 굽히는 근육은 팔꿈치의 안쪽위관절융기에서 시작되어 손목을 지나 손가락까지 연결되어 있습니다. 손목과 손 근육은 같은 근육을 공유하기 때문에 손목을 굽히면 자연적으로 손가락도 굽히게 됩니다. 그런데 손목과 손의 굽힘근만 사용해서 주먹을 쥐어보면 손목이 굽혀지면서 손가락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고, 주먹도 쥐어지지 않습니다.


◆ 따라해보세요 ◆ 손목을 먼저 굽히고 손가락을 굽혀 주먹을 쥐어보세요. 주먹이 잘 쥐어지지 않죠? 이어서 손가락을 먼저 굽히고 손목을 굽혀서 보세요. 주먹 쥔 힘이 서서히 빠지죠?


이 이유는 손목과 손의 굽힘근육이 손목과 손을 구부릴 때 반대쪽에 있는 손과 손목 폄근육이 늘어나게 되고, 손과 손목 폄 근육이 어느 정도 늘어나면 원래 위치로 돌아가기 위해 발생하는 수동적인 힘(수동장력) 때문입니다. 수동적인 힘을 쉽게 표현하자면, 늘린 고무줄을 놓았을 때 앞으로 고무줄이 나아가는 힘은 고무줄 내에서 생긴 수동적인 힘이라고 합니다. 고무줄의 원래 길이로 돌아오려고 하는 힘은 누군가 고무줄을 당기지 않으면 발생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고무줄의 원래 길이 이상으로 당겨야 원위치로 돌아오고자 하는 힘이 발생하므로 고무줄이 원래 위치로 돌아오고자 하는 힘은 능동적으로 발생한 힘이 아니라, 누군가 당겨진 힘으로 생성되는 수동적인 힘입니다. 손목과 손을 굽혔을 때 반대쪽에 있는 손과 손목 폄근은 늘어나게 되고, 손목을 굽히면 굽힐수록 손과 손목 폄근은 원래 길이 이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원래 위치로 돌아가기 위해 손과 손목 폄근육이 손과 손목 폄 방향으로 당기게 되고, 이렇게 발생한 수동적인 힘이 주먹을 제대로 쥘 수 없게 만듭니다. 그래서 손목 굽힘과 함께 손가락을 구부려 주먹을 쥐게 되면 손과 손목의 폄 근육이 원래 위치로 돌아가기 위해 손가락 폄 동작을 만들기 때문에 손가락이 구부려지지 않게 됩니다. 그러면 라켓을 쥘 수 있는 강한 힘은 어떻게 발생시킬 수 있을까요?

그림3.png 수동적인 힘은 절대 스스로 발생하지 못하겠죠?
◆ 따라해보세요 ◆ 이젠 위의 상황과는 역으로 지금 손목을 손등쪽으로 펴면서 손도 함께 펴보겠습니다. 손목이 손등쪽으로 폄 될수록, 손은 펴지기는커녕, 구부러지지 않나요? 이 원리도 손목을 굽히는 상황과 마찬가지로, 손목 폄 동작으로 늘어난 손목과 손가락의 굽힘근에 의해 수동적인 힘이 발생한 것입니다.


그림1.png 이처럼 우리 몸은 관여하는 주변 관절이나 근육에 의해 움직입니다.

그렇다면 주먹을 강하게 쥐어서 라켓을 꽉 쥐려면 손가락 굽힘근을 직접적으로 수축시켜서 발휘하는 능동적인 힘과 손목의 폄으로 발생하는 손가락 굽힘근의 수동장력이 동반되어 강력한 손가락 굽힘 힘이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강한 그립일수록 손목이 손등쪽으로 젖혀져서 손목 폄 상태로 라켓을 꽉 쥐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라켓을 사용하는 모든 운동은 손목을 젖히는 근육에 힘이 많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골프도 마찬가지로 어깨와 팔꿉과 손목관절의 굽힘을 사용하지만, 그립을 강하게 잡기 위해서는 손목 폄근을 사용해야 하므로 골프를 치는 사람에게도 테니스 엘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강하게 쥐는 힘이 필요한 모든 일상생활 동작 속에서도 테니스 엘보가 생길 수 있습니다.


클럽이나 라켓을 강하게 쥐는 힘을 사용하는 모든 운동이나 동작에서,
테니스 엘보가 생길 수 있어요.


<이 글을 읽고 다음을 생각해 보세요>


1. 테니스 엘보와 골퍼 엘보는 각각 팔꿈치의 어느 쪽에 아픈 증상을 나타내나요.

2. 손목을 굽힌 채 주먹을 쥐는 게 쉽나요? 손목을 편 채 주먹을 쥐는 게 쉽나요?

3. 도구를 사용하는 다른 운동에서 테니스 엘보 발생 가능성을 이야기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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