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의사인 제멜바이스(Semmelwies, 1818~1865)는 지금은 당연히 여기고 있는 손 씻기의 중요성을 강조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미생물이 질병을 일으킨다는 근거가 없었고, 의사가 손을 씻어야 한다는 것에 대해 의사 스스로 모욕감까지 느끼는 상황에서는 손 씻기를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 이후로 50여 년이 지나, 살균과 환자 생존율에 대한 관련성이 증명되면서 손 씻기를 그제야 받아들이게 되죠. 이처럼기존의 관행에 도전하는 새로운 지식에 대해 반사적으로 거부하는 것을 '제멜바이스 반사'라고 합니다. 관행은 쉽게 변하기가 어렵습니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습관을 금방 고치기 어려울뿐더러, 근거가 있어도 나의 경험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과 다수가 하던 대로 따라 하기가 더 쉽기 때문이죠.
손 씻기는 이제 일상이죠?
이러한 관행은 우리가 평소 알고 있는 전류의 흐름 방향에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평소 건전지를 사용할 때 (+) 부분은 앞으로 튀어나와 있고, (-) 부분은 움푹 들어가 있어서 왠지 양에서 음으로 전류가 흐를 것 같지 않았나요? 학교에서도 전류는 양에서 음으로 당연히 흐른다고 배웠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상식과는 반대로 전류는 음에서 양으로 흐릅니다. 전류가 양에서 음으로 흐르던, 음에서 양으로 흐르던, 우리의 일상에 영향을 주는 건 아니지만, 우리는 왜 반대로 알고 있었을까요?
이래나 저래나 전구만 켜지면 되죠!
1800년에 볼타 전지를 만든 이탈리아 물리학자인 볼타(Volta, 1745~1827)도 전류는 흐르고 저장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지만, 전자의 존재는 몰랐습니다. 그래서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이 전류도 양에서 음으로 흐른다고 약속을 정했습니다. 그 후로 110년이 지나 영국의 물리학자인 톰슨(Thomson, 1856~1940)이 음극선 실험을 통해 음전하를 띄는 전자를 발견하고, 이것이 전류의 흐름을 결정한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전자의 발견 이후로 전류의 흐름을 수정하려고 했지만, 이미 전류는 양에서 음으로 흐른다는 기준하에 여러 법칙을 정의해 놓아서 그 법칙들을 모두 수정해야 하는 문제에 봉착하게 됩니다. 그래서 실제로 전류가 흐를 때 이동하는 전자의 이동은 음에서 양이지만, 전류의 흐름은 양에서 음으로 기존대로 사용하자고 다시 약속하게 됩니다. 이러한 관행은 바꾸기에 너무 많은 시간이 흘러서 오히려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네요.
여러분도 평소 알고 있는 것에 대해 잘못된 관행이 아닌가 생각해 보세요.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에 차이가 있는 건 내가 충분히 이해를 못 했을 경우도 있지만, 이해했는데도 개인적인 경험을 고집할 때 잘못된 관행을 유지한다고 합니다. 게다가 시간이 너무 지나면 되돌릴 수 없을 수도 있으니 얼른 고치는 게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