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kylar Dec 08. 2023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위로

인정해 주는 말

참 힘든 한 해가 있었다.

일은 해도 해도 끝나지 않고,

싫어하는 사람과 매일 일했고,

회사 상황은 언제나와 같이 비상 상황이라 구조조정이 잦았다.

나와 함께 손발을 맞추는 각 부서

스태프는 18명 정도였다.

그해 18명이 거의 다 회사를 그만두었다.

혹독했던 구조조정의 결과였다.

나는 부서특성상 누가 나가게 될지 알아도,

말할 수 없었고, 그 사람과 묵묵히 나의 일을 해나갔었다.


그의 예정된 불행을 알지만 말해줄 수 없고

나와 일을 이어가게 하는 것..

나는 몰래 숨어 울었고, 매일 아팠다. 온몸에 염증이 돌아다녀 귀를 고치면 위가 병이 나고,

위를 고치면 다리가 병이 났다.

무릎에 염증이 차 사라지지 않았다.


의사가 그랬다. 무릎에 온 감기라고,

몸이 너무 힘들면 가장 약한 곳에

염증을 밀어 넣는다고

불안감이 피어오를 때,

나의 건강을 자부할 수 없을 때

나는 아이를 가지기로 결심했다.

더 미루면 아이를 못 낳을 수 도 있겠다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어린 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더 좌절을 맛본지도 모르겠다.

임신 준비라는 것은 매월 보는 시험과 같았다.

매월 테스트를 보고 ,

다음 달이면 나의 불합격 소식을 듣는.


내가 열심히 한다고 달라지지 않는,

어떤 인간이 할 수 없는 영역에 대한

무력함 또한 찾아왔다.

어느 날은 산부인과 선생님 앞에서

엉엉 울기도 하고,

약해진 멘탈과 몸에 임신준비가 무리였으리라

주변에 친구들이 갑자기 모두 임신 소식을 전했다. 나의 가장 친한 친구조차도

근데 너무 기쁜데, 기쁜 소식인데

축하를 할 수가 없었다.

나도 모르게 엉엉 울어버렸다.

충격적이었다. 나는 친구를 사랑하는데,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친구에게

축하의 마음을 건넬 수 없다는

사실이 나의 마음을 더 파괴했던 것 같다.


주변 사람들은 내게 계속 얘기했다.

마음 편히 가지라고.

어쩐지 그 말이 너무 싫었다.

내가 불편하게 먹으려고 노력하는

마음이 아닌데, 편하게 먹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는데 자꾸 그런 말들을 하는

사람들이 야속했다.

마치 편히 먹지 못해서 내가 아이를 갖지 못하는 것이라고 내 잘못이라고 얘기하는 것 같다는

말도 안 되는 생각까지 했었다.

다행히 어려웠던 시간을 지나고,

아이가 찾아왔지만..

그 시간을 통해 배운 것들이 있다.


그때, 나는 그냥 힘들지?

공감해 주고 인정해 주는 위로가 필요했던 것 같다.

굳이 무엇을 하라는 위로보다,

나의 마음을 이해해 주는 위로가 필요했다.

사랑하는 이를 축복할 수 없는 무너진

나의 마음을 보듬어주는 위로가 필요했던 것 같다.

그 시간을 지나온 나는 힘들다는 나의 친구들에게

더 이상 힘내라는 위로를 하지 않는다.


힘들었구나. 힘들지. 얼마나 힘이 들어.

힘들어해도 괜찮다, 그래도 괜찮다.

마음껏 그 마음을 풀어내고 나면

너희 마음도 부디 괜찮아 지길

바라보는 공감의 말들을 해주고 싶다.



<어떤 위로>


세상에 내가 마음먹어도

할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걸

깨달았던 때가 있다.


그때, 주변 사람들이 나에게 말했다.

"마음 편히 먹어"


삐뚤어졌었나?

그 말이 그렇게 듣기 싫었다.

내가 편히 먹고 싶지 않은 게 아닌데,

내가 힘든 마음을 갖는 것이 잘못인 것만 같았다


무던히 친구들을 늘 축하하던

내가 축하할 수 없는 마음을 갖는 심정도 배웠다.

그 마음이 더 슬프다는 것도


힘내라는 말보다,

힘들구나. 그럴 수 있어. 괜찮아.

그 마음 그대로 인정해 주는 게 위로라는 것도

작가의 이전글 10년을 일했는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