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희야 Dec 25. 2020

'임대료 멈춤' 방법론에 대하여


"하루에 한두 팀 오는데 매출이 있겠어요? 하루 2만 3000원, 1만 5000원. 그렇게 팔아서 임대료는커녕 뭘 내겠어요…."


코로나로 손님이 뚝 끊기면서 매출로 임대료를 메우지 못한 지 오래됐다는 한 고깃집 사장님의 이야기. 한없이 가라앉는 경기에 임대료는 자영업자의 가장 큰 짐이다.


시장 논리로만 따진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렇다고 그대로 둘 수도 없는 딱한 사정이다. 민주당이 임대료 부담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지 논의에 나선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15일 김태년 원내대표가 "임대료에 대한 공정하고 합리적인 해법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16일 이낙연 대표도 "소득도 없는데 임차료를 그대로 내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며 대책 필요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방법을 두고선 이견이 표출됐다. 민주당에선 당내 이동주 의원이 지난 14일 발의한 이른바 '임대료 멈춤법'에 대해선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동주 의원이 발의한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보면 임대인은 코로나 등 감염병 때문에 집합금지가 내려진 시설에 대해선 임대료를 받을 수 없고 집합제한이 내려진 시설에 대해선 최대 절반까지만 임대료를 받도록 돼 있다.


처벌조항은 없다지만 '임대인은 차임을 청구할 수 없다'라는 강제적 조항이다. 임대인들의 반발심을 샀다.


"자진해서 건물주들이 착한 임대인이 되라고 하시는데 그건 말이 안 되는거죠. 우리도 그 임대료를 받아서 월세를 내야하는데…." -A 임대인-


물론 임대인 혜택을 위한 조항도 담겨 있다. 대출 기한을 늘려주거나 이자 갚는 걸 미뤄줄 수 있다고 한다. '할 수도 있다'는 선택 조항이다. 인하는 강제인데 혜택은 선택이니, 있으나마나한 당근책이란 불만이 나왔다.


그래서인지 이미 한 바탕 사유재산권 침해 논란이 불거졌던 임대차 3법도 통과시킨 민주당조차 '이동주 의원안'의 당론화엔 일찍이 선을 그었다. 대신 임대인에 임차인들에게 현금으로 지원하는 방안, 임대인에게 세금 혜택을 주는 방안 등을 놓고 고민에 들어갔다.


자영업자가 어려움에 처한 걸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일방적인 강제가 만능은 아닐 것이다. 이 의원도 어제 올린 페이스북에서 "임대료 멈춤법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고 했다. 이솝우화에서 나그네의 외투를 벗긴 것도 거센 바람이 아니라 따뜻한 햇볕이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