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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야 Dec 05. 2020

"욕 먹을수록 인기 올라가요"…나라 빚으로 표 얻기


매년 이맘 때쯤 전해드리는 뉴스가 있습니다. 국회의원들이 새해 예산안에 지역구 예산을 끼워 넣었단 소식입니다. 지난 2일 국회는 올해보다 8.9%, 약 45조 7000억 원 늘어난 내년 예산안을 확정했습니다. 보통 정부가 낸 예산안은 국회 심사 과정에서 깎이기 마련인데, 이번엔 오히려 2조 2000억 원이나 늘었습니다.


558조 원 규모 예산에서 지역구 예산을 추려봤습니다.



예산 심사를 담당했던 '주역'들의 활약이 돋보였습니다. 굳이 어떤 지역구인지 홍보해드리고 싶진 않습니다. 예결위원장 정성호 의원은 40억, 추경호 예결위 국민의힘 간사는 최소 102억 원 이상을 지역구에 추가로 가져왔습니다.


'한국형 뉴딜 예산' 50% 삭감을 주장했던 국민의힘 지도부도 알뜰했습니다. "미래 세대에 무거운 짐을 지운다"더니 겉으로만 나라 빚을 걱정했나 봅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21억 원,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는 66억 원 가량의 지역구 예산을 정부 안에 더 얹었습니다.


비판이 제기된 이들 의원실에 전화를 해봤습니다. 솔직한 답들이 돌아왔습니다. A 의원실은 "솔직히 부담 없는 기사"라고 했고, B 의원실은 "지역구 예산 끼워넣기는 원래 늘 하는 건데 아마추어 같이 왜 그러냐"라고 했습니다. "이왕 크게 나가면 더 좋다" "큼지막하게 써달라"는 통 큰 소리까지 하는 C 의원실 관계자도 있었습니다.


국회는 소(小)소위를 구성해 예산을 쥐락펴락하는 것이 관행처럼 돼 버렸습니다. 여야 의원 3명 정도와 몇몇 정부 관계자들끼리만 모이는데, 내용도 공개가 안 됩니다. 이 '밀실 회의'엔 민원성 쪽지 예산 수천 건이 쏟아진다고 합니다.


이러한 반복되는 '밀실심사', '지역구 예산 짬짜미' 관행은 개선돼야 할 대상이 되긴커녕 지역에 자랑스러운 훈장입니다. 언론의 뭇매는 홍보효과를 극대화하는 좋은 수단일 뿐이고요. 민주당이 당론 1호로 내세운 '일하는 국회법'도 어제 국회 운영위를 통과했습니다. 분명히 넣으신다고 했는데, 내용을 수소문해보니 예결위 소소위를 폐지하자는 내용은 또 슬그머니 빠졌더라고요.


그래도 통화를 하다보니 희망 섞인 이야기들도 들었습니다. 양심적인 의원님들을 여기에 소개합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번 예산안 국회 심의과정에서 성남 수정구 예산을 증액 요구하지 않았고 반영된 것이 없습니다"

- 김태년 원내대표 측 -


"저희는 전혀 없어요, 0원입니다. 지역 예산은 절대 챙기지 않는 게 원칙입니다"

- 박홍근 예결위 민주당 간사 측-


언론은 내년에도 또 똑같은 얘기를 할 겁니다. 새해 예산에서 지역 예산을 또 들춰내고 지적하겠죠. 이번에 정부 안에 없는데 여야 의원들이 끼워 넣은 지역구 SOC 민원 예산은 5023억 원이나 되고,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내년에는 47.3%까지 높아질 전망입니다.


국민의 혈세는 당신들의 당선 재료가 아님을 '인식'이라도 하셨음 하는 게 제 작은 목표입니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oid=448&aid=0000312901&sid1=100&mode=LSD&mid=sh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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