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떠난 모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지하철역 앞 카페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본다. 나이도 성별도 생김새도 취향도 취미도 생활 방식도 모두 다른 그들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바쁘게 움직인다. 나를 스쳐 지나간 사람은 얼마나 있을지 궁금해졌다. 경기도에 사는 동안, 서울에 사는 동안 나는 누구와 마주쳤을까.
사는 건 항상 어렵고 벅차서 내가 바라지 않는 사람과 부대끼며 지내야 할 때가 많았다. 그 사람에게 닿지 못한 마음은 영영 흩어져 어디로든 갈 수 없을 때도 있었다. 말 그대로 사는 건 제멋대로라 어떤 사람은 끝끝내 나를 떠나가고 어떤 사람은 지독하게도 나와 남은 생을 함께 한다.
떠나보낼 생각이 없었는데 떠난 사람은 어떻게 추억해야 할까. 그의 이름을 계속 부르는 일? 발화되지 않은 채 내 안에 꼭 가두고 슬퍼하는 일?
당신을 잊은 사람처럼 지내다가 문득 당신이 따뜻한 사람이란 걸 깨닫는다. 나는 낮은 온도에서 사는 사람이라 높은 온도의 당신을 좋아했다. 당신의 손을 잡을 때면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때의 난 당신이 죽겠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죽음이 낯설지 않았지만 가깝지도 않아서,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는 걸 나는 몰랐다. 당신은 어떤 말도, 어떤 유서도 남기지 않고 우리를 떠났다. 하나뿐인 우주의 부재로 인해 나는 무너졌다.
이상하게 죽음은 연쇄적이어서 당신이 떠나고 나니 내 주위의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갔다. 같은 반 친구가, 친구의 어머님이, 알고 지내던 사람이 나를 등지고 사라졌다. 왜 다들 나를 두고 떠나는 걸까? 내 탓을 더러 하기도 했다. 내가 살아 있어서, 내 숨이 아직 붙어 있어서 내 주위의 사람들이 그렇게 가는 거 아닐까? 내가 혼자 버틸 수 있을까? 내 탓을 하고 죄책감을 끌어안고 사라진 사람들의 얼굴과 이름을 더듬거렸다. 또 누가 사라질까? 겨울도 아닌데 그런 생각이 파도처럼 밀려오면 나는 너무 쓸쓸하다. 다 죽는구나, 나만 두고.
따뜻한 손을 가졌던 당신, 맛있는 떡볶이를 만들어 준 당신, 환타 오렌지 맛을 좋아했던 당신, 한 번도 쉬운 인생을 살아본 적 없는 당신, 나의 모진 말에 누구보다 상처 입었을 당신, 하나님을 믿고 따르며 아버지의 나라로 떠난 당신.
나중에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혹여 만나게 된다면 당신을 안아주고 싶다. 고마웠다고, 만나게 돼서 반가웠다고.
나는 죽을 수 있는 타이밍을 놓쳐서 아직 살아간다. 오늘을 살아남아 당신을 이야기하고 나를 지나간 사람들을 떠올린다. 앞으로 당신의 따뜻한 손을 잡을 수 있는 날도, 당신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전할 날도 남아있지 않다. 내가 다시 태어나더라도 당신과 함께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때 알지 못했던 것들은 나를 무겁게 짓눌렀다. 후회와 자책으로 살아봤자 당신은 다시 오지 않는다. 이제 그만 자책하고 당신을 떠올려야지.
나를 너무나 잘 아는 당신은 먼 길을 떠났고 나는 아직 이곳에 있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나를 떠날 것이다. 아직 죽음에 익숙해지지 못했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확신이 든다.
누군가의 부재는 영원한 공허로 남게 된다. 다른 사람이 채워줄 수 없다. 대체 불가능한 영역의 공터. 그곳에 바람이 부는 날도 폭우가 쏟아지는 날도 햇빛이 부서지는 날도 있을 것이다. 나는 이 삶 속에 혼자 남아 지나가는 모든 풍경을 눈에 담고 훗날 당신에게 말해줘야지. 사랑했다고.
글쓴이: 현아 (https://instagram.com/withst4nd)
편집자: 민지
2023. 08.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