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일기1
“결혼할 거 아니면 회사에서 연애하고 싶지 않아요.”
라는 나의 말에 돌아온 답변.
“만나봐야 결혼할 사람인지 아닌지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저 한번 만나봐요. 진짜 괜찮은 사람이에요.“
연애할 때에도 솔직하고 거침없는
감정표현으로 나를 자주 설레게 했다.
“별을 따다 달라면 그렇게 할게.”
연애 중 알게 된 그의 결혼관.
“난 비혼주의였어.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하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그는 당연히 여길 수도 있는 오래된 관계
즉, 가족의 존재에 대해 감사함을 느끼는 사람이었고
그걸 표현할 줄 아는 귀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말의 힘을 아는 사람이었다.
나와 나눈 사소한 일상의 것들을 기억하며
머지않은 미래에 실현시켜 주는 다정한 사람이었다.
또, 운동, 성경 읽기 등 가장 타협하기 쉬운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내는 꾸준한 사람이었다.
이 외에도
요리, 청소 등 집안일에 만능인게 아닌가.
그는 어쩌면
환상만 가득한 나보다 더
결혼에 준비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통장 잔고를 보여주며
‘나 이만큼 모았어’라고 하는 부분에서
참 믿음이 갔다(?)
결혼에 대한 대화를 나누던 어느 날,
문득 내가 (근거 없는) 자신감이 넘쳐 한마디 던졌다.
“오빠. 살면서 나보다 더 아름답거나, 더 똑똑하거나,
더 가정적인 사람은 만날 수 있을 거야.
근데 그 세 가지를 고루 갖춘 나같은 사람은 없을 걸?“
지나고 보니 그와 비슷한 구석이 많았구나.
농담으로 던진 느끼한 나의 말에
2주만 기다려 줄 수 있냐는 진지한 답변이 돌아왔다.
2주 동안 메모장을 가득 채워 온 그는
앞으로의 인생 목표와 계획을 나에게 전해주었고
자신과 함께 해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최고로 ‘잘‘ 살게 해 주겠다는 다짐도 함께 말이다.
그렇게 결혼을 하고 보니
정말이지 그는 나보다 더 결혼주의 인간이었다.
아들 없는 우리 부모님에게 아들보다 더
애교 많은 사위가 되어 사랑을 독차지했다.
신혼여행으로 간 몰디브 여행이 마음에 들었는지
장모님께 몰디브까지의 장거리 비행이 괜찮은지
미리 컨디션 체크를 하던 남편.
도우미 이모님도 놀랄 정도로
요리와 집안일에 정성을 들이기도 한다.
이사 온 지 6개월째 매일 음식물 쓰레기를
버려주는 남편 덕분에 난 아직 음식물 배출 카드
구경도 못 한 웃긴 아줌마가 되었다.
아이보다 강아지가 좋다던 남편은
아이가 태어나면서 또 다른 종류의 사랑을 배워갔다.
산후조리원에서 가장 많은 모자동실을 자원한
남편이 아닐까 감히 예측해 본다.
남편은 참 결혼에 적합한 사람이다.
비혼주의라던 그는
아마 결혼의 무게를 아는,
그 누구보다 준비된 사람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