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막. 보름
새벽 7시의 냄새
시원한 청량감이
내 코끝을 스친다
이 향을 맡을 때마다
새벽향기는 하루를 시작하는 신호구나—
몽글한 기대가 피어오른다
전날 밤의 여명도
차디찬 달과 나란히
세상의 뒤편으로 사라지고
사람들은
직장, 학교, 또는 어딘가로
서둘러 갈 채비를 한다
나는 믿었다
모두가 나처럼
하루를 여는 중일 거라고
하지만
누군가에겐
고단한 밤의 하루를 끝내고
겨우 맡아보는 바깥냄새일 수도 있다는 걸,
오랜만에 탄 버스 안
굳은 손으로 매달린
일용직 노동자를 보고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부끄러웠다
세상은 나 같은 사람만
존재하는 게 아닐진대,
이 순간의 향기가 시작의 향기라고
단정 지은 나 자신이
이 청량감은
시작의 순간일 수도
마무리의 매듭일 수도 있다는 걸
이제서야 안다
내 하루를 기분 좋게 만든
그 야릇한 청량감은
나를 조용히
부끄럽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