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막. 보름
<1. 아들>
엄마, 오늘은 공부하고 싶지 않아요.
아들아, 내가 몇 번을 말하니. 공부만이 너를 살린다. 하루가 다르게 뒤집히는 세상에서 네가 몸으로 버티겠니, 아니면 다른 재능이 있니. 남들 하는 건 다 따라야 어른이 돼서 밥벌이라도 한다. 엄마 말 들어서 잃을 건 없다. 후회는 나중에 해도 된다. 지금은 책상에 앉아라.
……알겠어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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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저는 공부가 너무 싫어요.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달리고 싶고 아빠 손잡고 놀이공원에 가고 싶어요. 엄마는 입만 열면 공부, 공부, 공부! 그게 그렇게 좋으면 엄마가 공부하지, 왜 내가 해야 해요?
하지만 나는 엄마 말을 들어야 해요. 아빠가 오늘은 늦는다며 먼저 자라 하던 그날, 평생을 돌아오지 않게 된 그날, 안방에서 숨을 죽인 채 울던 엄마의 얼굴이 자꾸 떠올라서— 다시는 그 표정을 보지 않으려고 나는 책장을 넘깁니다.
<2. 엄마>
엄마, 오늘은 공부하고 싶지 않아요.
아들아, 내가 몇 번을 말하니. 공부만이 너를 살린다. 하루가 다르게 뒤집히는 세상에서 네가 몸으로 버티겠니, 아니면 다른 재능이 있니. 남들 하는 건 다 따라야 어른이 돼서 밥벌이라도 한다. 엄마 말 들어서 잃을 건 없다. 후회는 나중에 해도 된다. 지금은 책상에 앉아라.
……알겠어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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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미안하다. 꽃다운 열두 살, 이 네모난 상자 안에서만 사는 게 얼마나 답답한지 나도 안다. 너도 친구들과 뛰고 싶겠지. 하지만 세상에는 순간보다 오래 남는 것들이 있다.
엄마는 중학교를 채 다니지 못했단다. 다른 사람들이 책상 앞에서 지성인의 숫자놀음을 배울 때, 나는 차가운 철상 앞에서 바늘을 돌리고 있었지. 네 아버지도 마찬가지야. 나이 팔십 먹은 할아버지의 병원비를 위해 대학을 버리고 공장에 들어갔댄다. 그렇게 차가운 기계 소리만 울리는 줄 알았던 포항 공장에서, 엄마와 아빠는 첫눈에 반해버렸어. 기계장치 위로 첫눈이 내리던 날, 너를 얻었지만, 신도 무심하시지, 네 생일 선물로 태권브이 하나 사주겠다며 한 시간만 더 일한다던 아버지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줄이야. 아버지는 고층 건물 높이에서 쿵— 하고 떨어져, 이게 사람인지, 고추장인지 모를 모습만 남아있더라. 덩어리만 남은 몸을 나는 안지도 못한 채 울었다. 그날 이후 엄마는 알아버렸어. 공부를 모르는 몸이 어떤 끝을 맞이하는지.
아들아, 이 못난 엄마를 이해해 다오. 너를 시원한 곳에서 일하게 하고 싶다. 숫자와 글자로 먹고사는, 다치지 않는 직업을 주고 싶다.
지금은 책상에 앉아라. 미안하다, 아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