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피와 숨은 윗분들의 성찬이 되어-

3막. 보름


나라의 앞날이 윗자리에 앉은 자들의 어줍잖은 말재간으로 뒤집히는 세월이 어언 몇십 년. 그들에게는 단 몇 분, 기껏해야 몇 시간이면 될 결정이, 공사장 인부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고, 공장의 땀 냄새를 피운 노동자의 등골을 휘게 한다. 책상 위 종이 몇 장으로 김 군의 수년간 공부가, 나의 뼈마디가 닳아 만든 세월이, 동화 속 인어공주의 목소리처럼 허공에 흩어지고 만다.


나도 이제는 못 참겠다— 거리로 뛰쳐나가 목이 터져라 외치고 싶지만, 하루 종일 아비만 기다리는 족제비 같은 우리 아이들이 배를 곯을까 두려워, 결국 나는 작업복을 입는다. 저녁 뉴스 속 ‘결정권자’들의 웃음소리는 내 가슴팍에서 터진 한숨을 가볍게 밟고 지나간다. 그들의 입술은 한 나라의 운명을 주무르는 칼이건만, 그 날카로움은 늘 아랫사람의 목줄을 겨눈다.


어깨는 오늘따라 더 무겁다. 무게는 삯 때문이 아니라, 이 무력감이 뼈 속에 박혀 있기 때문이다. 그 무게를 견디는 것이, 이 땅의 아랫놈들에게 주어진 숙명일까. 나는 오늘도 ‘국민’이라는 이름으로, ‘가장’이라는 직함으로, 나의 노동과 노고를 윗분들의 성찬에 바치러 간다. 그들이 흘린 건 한 방울의 땀도 없지만, 그들이 삼키는 건 우리의 피와 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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