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열며




달은 지구의 천체 중 하나입니다.

언제나 하늘 위에 떠 있으며,

우리가 보지 못할 때에도 분명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 것이라는 믿음은

우리 안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달은 태양빛을 받아 빛을 냅니다.

반사한다고도 말할 수 있겠지요.


그렇기에 우리가 마주하는 달의 모습은

늘 같지 않습니다.


어떤 날엔 상현달, 어떤 날엔 그믐달,

또 어떤 날엔 완전히 사라진 듯한 삭.


분명 어딘가에 실재할 그 달은,

우리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얼굴을 가집니다.


우리의 마음도 그렇습니다.




달의 모습을 감추는 시기입니다.

광활한 하늘 속에서 스스로를 가리고,

침묵 속에서 머무는 시간.


달은 이 시기,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합니다.


1막 ‘삭’에서는 어두운 밤 속에서 고독한

나 자신을 마주하는 순간들이 펼쳐집니다.


하지만 그 어둠 속에서 또 다른 나를 발견하고,

조용히 피어나는 성장의 기미를

읽어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초승

어둠 속에 감추었던 존재가

서서히 빛을 내기 시작합니다.

스스로에게 집중하던 시간이 끝나고,

이제는 넓은 세계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려는 움직임이 시작되지요.


2막 ‘초승’에서는 ‘너’-

즉, 타인을 향해 손을 내미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관계란 결국 자신을 드러내고자 하는

용기에서 시작되는 법이니까요.




보름

달이 가장 풍요롭게 빛나는 시기입니다.

타인과의 관계를 넘어,

우리는 달과 함께 제3의 것을 바라보기 시작합니다.


가장 밝게 빛나는 나를 방패 삼아,

세상을 향한 시선을 넓히는 찰나의 풍요.


그러나 우리는 압니다.

보름달은 오래 머물지 않고,

다시 그림자를 끌어안기 시작한다는 것을.




그믐

달빛이 점차 사라지고, 어둠이 고요히 다가옵니다.


하지만 이 어둠은 끝이 아닙니다.

이미 한 번 빛을 품어보았기에,

이 어둠은 준비의 시간이 됩니다.


다시 찬란하게 떠오를 그날을 위해,

우리는 이 어둠을 통과합니다.




고대 사람들을 달을

태양 빛을 훔치는 존재라 여겼습니다.

어쩌면 불길하고 수상한 빛.


하지만 우리는 달에서,

우리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을 발견합니다.


사람은 오롯이 홀로 실존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자신에게만 몰두하면 언젠가 무너지고,

타인에게만 의존하면 결국 자기 자신을 잃게 되겠지요.


달이 태양빛을 받아 자신만의 빛으로 변화시키듯,

우리 역시 관계를 통해 나를 비추고,

나를 통해 관계를 다시 바라보게 됩니다.




이 시집은 그런 달의 위상을 따라,

흐르고 부딪히는 마음의 조각들을 기록한 여정입니다.


부디 이 글들을 따라,

당신의 마음에도 천천히

달빛이 차오르기를 고대합니다.


저와 함께 달빛의 여정을 함께 걸어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