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기

1막. 삭


투명한 그것이

나의 몸을 타고 흘러들어와

속을 휩쓴다.


처음에는 불길처럼 타오르며

나를 태울 듯하지만,

이내 내 꿈과 상상을 끌어올려

현실 너머로 흘려보낸다.


그 순간,

나는 나에게서 멀어져

새로운 나를 맞이한다.


그것이 새로운 나인지,

혹은 진짜 나인지 알 수 없지만,

무엇이든 상관없다.

그것은 내게

새로운 자유의 순간을 선사하니까.


그러나,

자유를 맛본 자는

그 자유를 갈망하게 되는 법.


나는 다시금 그 투명한 것에

나의 자유를 헌신하며,

결국 스스로를 구속할 것이다.


아아, 바라보기만 해도 아름다운 투명이여.

부디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말고

내 눈앞에서 사라져다오.


하지만,

네가 사라진 후의 나를 떠올리면

그 끝없는 공허가

차마 두려워 견딜 수 없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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