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1

3막. 보름


크리스마스

온 세상이 찬란한 빛으로 물들고

거리에는 단란한 노래가 공기를 채우는

세상 모든 것의 축제.


나는 크리스마스가 되면 언제나 설레었습니다.

차가운 겨울 공기 속, 따뜻한 손을 잡고

형형색색의 빛으로 꾸며진 나무를 향해 걷던 그 순간들.

그 순간들은 마치 어제의 일처럼

아직도 내 마음 어딘가에서 반짝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 빛나는 거리와 노래를 보고도

그때처럼 마냥 기뻐할 수 없습니다.

왜일까요.

내 마음에 더 이상 그 추억이 머물지 않아서일까요.

아니면, 어린 날의 향수가 내게 닿기엔

내가 너무 녹슬어 버렸기 때문일까요.


시간은 한때 반짝이던 것들 위에

먼지처럼 내려앉아 그 빛을 감췄지만,

나는 여전히 크리스마스가 좋습니다.


크리스마스는 나에게

한 해의 끝에서 찾아오는 작은 기적.

아무리 삶이 거칠고 녹슬어도,

그날만큼은 다시 동심으로 돌아가는 날.

모든 것이 단순해지고,

모든 것이 선물이 되는 하루.


그래서 나는 크리스마스가 좋습니다.

찬란한 기쁨의 날이 아니라도 좋습니다.

눈부신 추억의 날이 아니라도 괜찮습니다.

그저 내 마음 한구석에

사라지지 않는 따뜻함이 머무는 그날.


그날의 나를 기억하며,

다시 손을 잡고 걸어갈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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