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록— 그대는 무사하기를

3막. 보름


하늘에서 낮과 밤이 서로의 옷을 바꿔 입는 동안, 목 한가운데 작은 창고에 먼지가 쌓였습니다. 숨을 들이키면 그 먼지가 먼저 일어나고, 말 한 모금 뜨기 전에 기침이 문을 두드립니다. 콜록. 한 번 두드리면 또 한 번, 콜록. 기침은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라서, 내가 하려던 말을 유난스레 쫄래쫄래 쫓아옵니다. 내 목소리는 기침에 밀려 늘 한 박자 늦게 도착합니다.


거리의 신호등이 초록에서 빨강으로 변할 때, 내 체온도 따라 움직입니다. 낮엔 창문 유리가 미지근한 손바닥처럼 등을 떠밀고, 밤엔 그 손이 돌연 얼음이 되어 같은 등을 밀어냅니다. 온도계의 붉은 줄은 작고 고집스러워서, 나를 데려다 주지도, 놓아주지도 않습니다. 볼은 참숯처럼 금세 달아오르고, 팔다리에는 보이지 않는 전선이 깔려 미세한 번개가 오갑니다. 그 번개는 번쩍이지 않고, 오래도록 저립니다.


걷다가도— 콜록.

앉아 있어도— 콜록.

물 한 모금에도— 콜록, 콜록.

물컵의 얕은 물결이 목울대를 스칠 때, 내 목은 가뭄을 오래 견딘 우물의 두레박줄처럼 오래 삭아 삐걱이고, 첫물은 늘 입구에서 주춤합니다. 마시고 또 마셔도 목젖 근처의 건조는 더 깊어져, 목은 도리어 서서히 말라 갑니다. 말 한 토막이 오를 때마다 마른 섬유를 긁듯, 그 말은 내 목을 긁어 올라 칼칼한 잔가시를 세웁니다.


몸살은 전쟁처럼 요란하지 않습니다. 공사 안내문처럼 조용히 매달려 있습니다. ‘지금은 잠시 통행이 제한됩니다.’ 팔다리 관절마다 작은 콘이 세워지고, 근육 사이사이로 노란 테이프가 얇게 흔들립니다. 도로에 새 아스팔트를 다지는 롤러가 왕복하듯, 낮고 거친 떨림이 몸을 아릿하게 문지르고 지나갑니다. 나는 이불을 성문의 빗장처럼 여며 몸 둘레에 겹겹이 세웁니다. 날이 차가워질수록, 이불의 심부로 더 깊이 가라앉습니다.


이럴 때 마음은 자꾸만 멀리 있는 것을 부릅니다. 창밖의 보도블록, 코트 깃, 저녁 약국의 불빛, 귀퉁이에서 식어가는 전기주전자, 오래된 머그컵의 둥근 입구, 생강과 꿀이 놓인 소박한 진열대. 따뜻함은 거창한 것이 아니어서, 손바닥 하나면 충분합니다. 손이 먼저 데워지고, 그다음에야 목과 어깨로 온기가 옮겨 붙습니다. 온기는 늘 가장 늦게 필요한 곳에 도착합니다. 그래도 도착은 합니다.


그대, 오늘의 나는 이렇게 조금 앓고 있습니다. 그러나 앓는다는 말 사이에서 나는 빠져나오는 법을 조금씩 배웁니다. 말을 줄이고, 숨을 늘리고, 눈을 감고, 귀를 열어 둡니다. 방의 정적이 내 체온을 어루만질 때까지, 기침의 박자를 세다가, 숫자를 잊고, 마침내 잠으로 미끄러지는 법을.


그대만은 이 계절의 모서리에 베이지 않기를. 문틈에서 새어드는 찬 공기가 그대의 목을 스치기 전에, 따뜻한 컵이 먼저 그대를 잡아 주기를. 우연히 들른 동네의 약국 불빛이 너무 밝지 않기를, 밝다면 그건 들어갈 이유가 아니라 돌아설 핑계이기를. 그대의 체온이 저녁의 조도와 비슷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스스로를 덜 흔들기를.


만일 이 글이 그대에게 닿는다면, 나는 여기서 작은 체온 하나를 접어 보냅니다. 종이 위에 숨을 불어, 구겨진 주름마다 미지근함이 배도록. 그리고 다음 페이지에 적어 둡니다. 내일의 그대는 무사할 것이라고. 내일의 나도, 오늘보다 덜 기침할 것이라고. 콜록, 마지막 한 번의 쉼표 뒤에, 드물게 깔끔한 마침표 하나가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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