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막. 보름
처절한 봄이 오기를.
이전의 계절들에 뿌리박은
찬란했던 과거는
겨울날의 나를 더 서리게 할 뿐이지만,
그래도 나는
처절하면서도 찬란한 봄이 다시 오기를 바란다.
무더운 여름과 시린 겨울을 건너며
올지 모를 그 봄을 향해
조용히 약속하고,
하염없이 기다릴 뿐.
꽃피는 봄은
다신 내게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았으나,
기다리는 그 순간들이 이미
내 안에서 먼저 피어난 봄이었음을 깨닫는 그때,
봄은 날 떠난 게 아니라
언제나 내 곁에서
나의 시간을 지켜보고 있었어.
봄아, 너를 사랑하던 시간은
내 삶보다 짧았을지 몰라도,
너를 기다리던 그 계절의 봄은
내 안에서 오래 머물 테니까.
그 찬란한 찰나의 봄이
결국 나를 꽃피우리라.
- BMK 〈꽃피는 봄이 오면〉에서 영감을 받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