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페이지가 나를 기다릴 때

3막. 보름


나는 오늘도 한 페이지씩

내 삶의 문장을 써 내려간다.


쉼표,

지친 어깨를 잠시 쉬어가라며

세상이 내게 건네는 작은 숨구멍.


마침표.

언젠가 맞이할 위대한 여정의 끝에

단단히 찍힐 하나의 호흡.


느낌표!

꿈꾸는 대로 내딛는

도약과 열정의 불꽃.


물음표?

내 걸음마다 되묻는

질문과 반론과 의심들.


그래서 나는 묻는다.

어디로 가야 할까.


때로는 발자국을 돌아보려다

뒤돌아선 그림자에 휩싸여

두려움이 나를 붙잡는다.


뒤틀린 길, 흔들리는 나침반,

나를 드리우는 나의 그림자.


그렇다면, 빛은 이미 내 뒤에 있다.

길이 흔들릴 때에야

나침반은 제 역할을 한다.


고뇌는 날카로운 바람처럼

마음을 할퀴고 지나가지만,


갈피 없는 미로 속에서도

결국 두 발은 떼어야 한다.

쓰러져도 일어서기를 반복하며

세상이 적어둔 궤도가 아닌

내가 선택한 궤도를 따라간다.


삶이란 무엇일까.

두려움과 고뇌를 마주하여도

나는 나아간다, 아니 나아가야 한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내 문장의 다음 행을 믿으며.


때론 쉼표가 필요하고,

때론 마침표가 찾아와도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나는 오늘도

내가 쓴 문장의 끝에

작은 여백을 남긴다.


다음 장은,

아직 빈 페이지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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