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막. 초승
제 가슴 안에는 작은 온도계 하나가 있습니다.
이 조그만 막대기는
제 마음의 기압과 계절을 묵묵히 가리키는,
아주 사소하지만 어쩌면 가장 솔직한 이정표입니다.
따뜻한 분 곁에 서면
숫자 없이도 온기가 번져
한 칸, 또 한 칸,
붉은 기둥이 소리 없이 오릅니다.
차가우신 분 곁에 머무르면
표면부터 서리가 앉고,
말끝마다 미세한 균열이 나
유리처럼 천천히 식어 갑니다.
그래서 압니다.
제 온도는 절대치가 아닙니다.
누구와, 어디에, 어떻게 서 있느냐에 따라
바람결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계속해서 조정되는 값일 뿐입니다.
그렇다면 저는 어떤 사람일까요.
제 추위를 핑계로
남의 난로 앞에서 자리만 덥히는 이일까요,
아니면 조용히 옆자리의 바람막이가 되어
누군가의 손끝을 덮어 드리는 이일까요.
오늘도 저는 마음의 온도를 한 번 더 읽습니다.
허공에 김이 피어오를 만큼 뜨겁지는 못하더라도,
제 곁에 선 누군가의 눈금 하나쯤은
부드럽게 데워 드릴 수 있는 사람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