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막. 초승
우리는, 아마
다른 시간선을 걷고 있었나 보다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맞지 않는 장면들
아마 시간여행을 다룬
그런 영화였겠지
그런데 이상하지
찰나를 엮어놓은
무형의, 그러나 있는 듯한 선들이
정말 내 곁에서
살갗을 스치는 것처럼 선명했으니까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마다
나와 그대의 시간은
단 한 번도 동시에 흐르지 않았다
내가 그대를 바라보며
차오르는 숨을 누르던 그때
기대와 미소가 한 번에 번지던 그때
그대는 이상하리만큼
멀고 차가웠지
그런데 지금의 그대는
나를 다시 끌어당기며
그날의 나로 돌아오라 말한다
그 얼굴, 그 마음, 그 눈으로
하지만 나는
이미 그날의 내가 아니다
한 번 지나간 감정의 온도는
그 장면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엇갈린 감정의 시간선은
같은 바람을 타지 못해
팽팽해야 할 연을 뒤틀고—
그 연은
하염없이,
끊어질 듯
질질 끌려간다
영화였다면, 여기서
되감기를 눌렀을까
일시정지를 했을까
하지만 우리의 장면에는
그 버튼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