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막. 삭
피곤한 하루를 마치고
침대에 몸을 뉘이려던 그 순간,
책장 한구석을 묵묵히 지키고 있던 동화책 한 권이
문득 내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손길에 닿은 동화 속 이야기 속엔
힘겹게 시작했지만 결국엔 행복에 닿는
어디서나 들어봤을 법한 뻔한 결말이 담겨 있었죠.
하지만 그 뻔함이 주는 온기는
이상할 정도로 따뜻했어요
난로 곁 온기처럼 짧지만
다정한 위로가 스며드는 듯했지요.
그러나 책을 덮고 현실로 돌아오는 그 찰나,
무겁게 내려앉는 천장이 나를 덮치듯 밀려들고,
내 몸 위에 얹힌 이불은 옥쇄가 되어
냉정하게 속삭입니다. 동화는 동화일 뿐이야—
현실도 동화 같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아이 같았던 시절, 순수한 동심 속에서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믿던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하겠습니까.
그리운 마음을 안고
눈을 감아 꿈속으로 도망치려 했지만,
평소에 나를 찾아오던 꿈조차도
오늘만큼은 나를 외면한 듯,
밤의 적막만이 나를 감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