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막. 보름
한때 유행을 타
이제 시내로 나가면
한 두 집
좀 더 번화가로 나가면
길마다 한 집
보이는 방탈출 카페
카페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그 안에서는 커피를 파는 게 아니라
야릇한 쾌감을 판다
스스로를 방 안에 가두며
하나 둘 자물쇠를 풀어감으로써
느끼는 쾌감
분명 세상은 자유를 원해
투쟁과 혁명의 역사를 이어갔건만
다시 한번 구속의 수순으로 들어간다는 게
얼마나 모순적이면서도 야릇한가
아니, 오히려 자유의 광명을 반복하기 위하여
스스로를 묶고 밖으로의 자유로 탈출하는 데
혼연을 다하는 걸까
어찌 되었든
사람들은
모순적인 야릇한 쾌감이든
자유로운 광명의 재연이든
그런 거추장스러운 거 집어치운 단순 쾌락이든
이유가 뭐든
방탈출 카페를 찾는다
그곳에서 나는
손님이 아니라 직원이다
방탈출 카페 직원.
언제나 손님들은
웃으면서 문을 열고 들어온다
너는 방탈출 몇 번 해봤어?
나 처음이야
사장님 이거 많이 어려워요?
손님들의 첫마디는 매번 다르지만서도
탈출에 성공하고 나올 때는
대체로 웃고 있다
그들은
자유로움에 기뻐하며
본인이 어떻게 탈출했는지
자물쇠를 풀듯
대서사시를 풀어낸다
그러나 사람들은 잘 모른다
작금의 탈출이
본인만의 대서사시가 아니라
오는 모든 이들의 반복이라는 것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이곳에서는
똑같은 억압과 해방이 재현된다
또 사람들이 모르는 게 있다
누군가 방에서 탈출했다면
다시 그 방을 원상복귀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여기서 나는 방탈출 카페 직원.
손님들이 풀어헤친 자물쇠들을
원상태로 돌려둔다
방탈출 카페 본연의 목적을 위해
다시 한번 구속을 위한
공간을 마련한다
손님이 푸는 순서의 역순으로
하나 둘 자물쇠를 다시 묶는다
금속 자물쇠의 차가운 촉감
무언가가 끊어지는 듯한 날카로운 딸각
나도 모르게
쇠사슬로 방을 묶는 습관
아까까지만 해도
탈출을 위한 이 공간이
이제는 구속의 순서로 변한다
그곳에서 나는 묘하게
야릇한 불쾌감을 느낀다
내가 사람들의 자유를 가두는 것 같아서
마치 간수처럼 방이라는 공간에
수갑을 하나 하나 채우는 것 같아서
사람이라면 당연히 원할 자유와는
역방향의 행위를 하는 것 같아서
그런 게 아닐까
하지만 이건 직원으로서
본연의 임무
불쾌함이 느껴지면서도
해야 하기에 해야 하는
야릇함
나는 방탈출 카페 직원.
오늘도 사람들의 자유를 강탈하기 위해
구속으로부터의 해방을 선사하기 위해
아니면 그런 거추장스러운 거 다 빼고
단지 돈을 벌기 위하여
다시 한번 방을 묶으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