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도 위의 부탁: 혜성 저 너머로

2막. 초승


저는 이 행성을 맴도는 위성입니다

하루에 몇 번 주에 몇 십 번 연에 몇 백 번

하염없이 누군가를 기다리며

전 이곳에 머무릅니다


제 궤도에 혜성처럼 날아올 당신을

기다리면서

광활한 우주 속에서

먼지처럼 남아있습니다


그대가 언제 올진

저도 모르겠습니다

수년이 될지 수년천이 될지

얼마나 긴 시간이 되더라도

저는 기다리겠습니다


만에 하나 시공간을 초월하여

당신, 나의 궤도 위로 올라온다면

잠깐만 제 곁에 머물러 주세요


그래도 찰나의 순간이 지나고

당신은 내 곁을 떠나겠지만서도

떠날 때 제 부탁 하나만 들어주세요


제게서 멀어질수록

이 우주에서 가장 찬란하게 불타주세요


제일 찬란할 당신의 빛만큼이라도

제가 오래도록 여운을 즐길 수 있게

그 빛만은 허락해 주세요


당신의 꼬리가 쭉 늘어지며

부디 그대와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지길 만들어주세요


저는 다시 한번 찰나의 당신을 기다리며

수백 번 거듭되는 시간을

마냥 버티기만 하겠습니다


괜찮습니다

당신 언젠가 내게 다가와

내 궤도를 비틀어준다면

그때의 기쁨으로

내 한 몸 무너트려

유성우가 되어 온 우주에 뿌려지겠습니다

그렇다면 저도 당신과 평생을 함께 하겠지요

그날만을 기다리며

당신이라는 혜성을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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