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막. 보름
사람과 짐을 배 속에 가득 품고
느리게 올라
또 느리게 내려오는
작은 승강기 하나
가느다란 줄 하나에 몸을 맡긴 채
나는 사람들의 버튼을 듣고
그들이 원하는 층까지
조용히 올려 주고 내려 주는
마부가 된다
그 모습이 어쩐지 삶을 닮아서
열 층을 향해 힘껏 오르다가도
자주 4층, 6층, 7층에서
멈춰 서곤 한다
그리고 가끔은 내 안에서 오래 함께할 줄 알았던
친구도, 연인도, 심지어 가족도
어느 문 앞에서 말없이 내려
저마다의 방향으로
사라진다
그럼에도 나는
매번 같은 자리로 돌아와
가만히 서 있다.
누군가를 더 태울 때까지
또 누군가의 마음이
위로든 아래로든
나를 부를 때까지
언젠가 이 작은 상자가
하늘 쪽으로 완전히 올라가든
아니면
끝내 오지 않던 사람이 찾아오든
내가 스스로 운행을 멈추는 날에는
부디
편안히 문을 닫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