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lf Confrontation] 거울 저편 5

3막. 몰입


3막

몰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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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리 온다고 했지?


보름달이 뜬지 일주일도 안 된 시점이었다. 퇴근한 뒤 씻고 나온 뒤 본 거울 안에는 그가 있었다.

“아니… 아직 보름달 안 떴는데..?”

- 운이 좋았어. 너를 빨리 만나고 싶기도 했고.


당황보다 반가움이 먼저 느껴졌다. 원래였으면 지금부터 3주는 뒤에 만났을 텐데!

“네가 원하면 일찍 올 수 있는 거였어?”

- 내가 원한다고 빨리 오는 건 아니야. 다 네가 잘해준 덕분이지.

속옷 차림인 것도 까먹고 거울 앞으로 달려갔다. 거울 속 그의 시선이 밑으로 향하는 걸 보고 나서야 깨달았다.

- 음.

“아 이런 미친”


내 얼굴에 피가 몰리는 게 느껴졌다. 아마 지금 굉장히 새빨개진 모습일 거다. 후다닥 잠옷을 걸치고 나서야 좀 진정되는 것 같다.


“큼. 못 본 걸로 해줘. 어쨌든, 내가 다 잘해줬다는 게 무슨 뜻이야?”

- 나는 네가 날 생각하고 있을수록 더 자주 올 수 있어.

“어? 그러고 보니..”


그날 이후로 하루 종일 이 녀석 생각만 한 게 맞았다. 그전까지만 해도 물어볼 게 많아서 보고 싶었지만, 그 이후로는 무언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더 들었다. 그렇게 예쁘지도 잘생기지도 않은 이 친구가 뭐가 그리 좋다고 생각났는지. 이유가 뭐든 널 더 생각하고 있었다는 걸 부정할 순 없었다.


- 그리고 네가 저번에 물어본 것 중에, 네가 낫는 방법. 그걸 물어봤었지?

“응.”

- 방법을 이젠 말해줄 수 있을 것 같아. 지금보다 더, 자주 거울을 쳐다보면 돼.

“지금보다 더?”

지금도 거울을 굉장히 자주 본다. 언제는 은혜가 ‘대리님은 그 거울이 정말 소중하신가 봐요.’라고 물을 지경이었다. 그렇게 마음에 들지도 않는 얼굴을 자주 보는 게 솔직히 귀찮지 않은 건 아니다.


“그런데 왜 거울만 가능한 거야? 휴대전화 카메라나 화면은 안돼?”

- 거울만이 나 자신을 투영하는 직시의 물건이잖아.

“엥? 그게 무슨 소리야?”


갑자기 그의 눈빛이 달라졌다. 마치 흥미로운 질문이라는 듯, 너한테서 이런 질문을 받을 거라고는 예상 못 한 듯, 의뭉스러운 표정이었다.


- 카메라나 화면은 본래 목적이 반사나 투영이 아니야. 특히 카메라 렌즈는 바깥을 찍으려는 물건이고. 단지 그것의 일환으로 우리가 비친 모습을 볼 수 있는 거고.

그 뒤로 그는 좀 더 철학적이고 현학적인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세상 만사를 다 비추는, 투명한 거울은 존재로서의 가장 얇은 표면임과 동시에 실재가 스스로를 만나는 장소이며, 동시에 현상이 자신을 재현하는 유일한 장이라고, 다른 어떠한 물건보다도 거울 속 투영은 더 근본적인 사건임을 강조했다. 거울은 주체가 주체로 남기 위해 필연적으로 통과해야 하는 타자로서의 통로다 뭐라나. 솔직히 이해는 안 됐다. 그냥 정리하면, 거울이 특별하다는 건 알겠다.


“어렵네..”


- 아무래도. 나도 거울 속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잘 몰랐.. 이 아니라, 너도 언젠가 알게 될 거야. 달과 거울의 여신의 축복을 말이야.

“멋진데.”


분명 어떤 말을 더 하려 한 거 같지만 나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무언가 피하고 싶을 거 같아서. 더 이상 캐묻는 건 예의가 아닌 거 같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전문적인 용어로 나에게 설명하던 네가 너무 멋졌기에 그 모습을 되짚었다.

“그러면 이제 더 자주 볼 수 있는 건가?”

- 응, 맞아. 지금은 5일에 한 번 정도. 언젠가는 매일 볼 날도 오게 될 거야. 달이 안 떠도 볼 수 있을 수도?

“정말? 기쁜 소식이네.”

이후로 조금 더 이야기를 이어갔다. 나는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지금은 무얼 하며 살고 있는지, 주로 나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었다. 마치 처음 만난 사이처럼. 이제서야 일상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됐다. 물론 나도 몇 가지 물어보기는 했는데 아직은 말해줄 수 없다 했다.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친구 같았다. 대충 한 시간 정도 지났을 때, 너는 갑작스럽게 사라졌다. 아마 시간이 다 돼서 그런 거다. 아쉽지만 괜찮았다. 곧 다시 찾아올 걸 알기 때문이다.


-


“대리님! 요즘따라 기분 좋아 보이시네요?”

“어? 그래 보여?”

“네. 좋은 일이라도 있으세요?”

은혜와 점심을 먹으려고 나오던 길이었다. 많이 티가 나나..? 사실 요즘 거울 속 너를 볼 생각에 하루하루가 기다려진다. 너의 말대로, 그날을 기점으로, 적어도 1주일에 한 번은 만났고, 이제는 하루 걸러 하루 주기로 거울 속에서 네가 나타난다.


“음.. 비밀이야.”

“에이~ 이게 뭐예요. 뭐 연인이라도 생기셨나?”

“그건… 아직 아니야.”

“아직이요??”


그치. 아직은 아니다. 나는 너에게 점점 더 호감을 느껴갔다. 이게 인간 대 인간으로서 호감인지, 아니면 사랑인 건지 모르겠다. 그래도 확실한 건 하루를 멀다 하고 거울 속 너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는 거다. 분명 평생 혼자 살 것임을 다짐했으면서도 너를 볼 때마다 그 다짐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다. 사실 거울 속에 있는 존재와 교제가 가능할지 근본적으로 모르겠지만, 뭐 어떤가. 장거리 연애라고 생각하지, 뭐.

내일은 거울을 들고 너와 산책을 나가기로 했다. 물론 거울을 들고 이곳저곳 다니기는 했다. 그래도 같이 어디를 가자고 함께 나서는 건 처음이다. 데이트.. 같은 거겠지?


“그냥, 뭐. 잘 되는 사람 있어..”

“헐, 진짜요? 사진 보여줄 수 있어요?”


은혜가 정말 궁금한 듯 나한테 팔짱을 끼며 물어본다. 그런데 사진이 없어서 문제다.

“음.. 같이 찍은 사진이 없어서..”

“아쉽네요. 그러면 어떻게 생겼어요? 대리님 취향 궁금하다.”

“어? 생김새?”


생김새라.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분명 맨 처음 마주쳤을 때는 어떠한 형상이 보였던 거 같은데, 이제는 잘 떠오르지 않는다. 자세히 보려고 해도 점차 흐려지는 기분이랄까. 너한테서 외모는 중요치 않다. 우리는 평생을 같이 할 존재다. 나는 거울을 봐야 살아남을 수 있고, 너는 거울을 통해서만 나와 소통할 수 있다. 물론 그게 사랑의 필요충분조건이지는 않겠으나, 너와 나의 일상은 공유될 수밖에 없음을 방증한다.

“하하. 나중에 잘 되면 사진 찍어서 알려줄게.”

“꼭이에요, 꼭!”


-

그렇게 다음날. 일어나자마자 거울을 본다. 아직 네가 나타나지는 않았다. 후다닥 일어나 몸을 씻고 단정하게 옷을 입는다. 언제쯤 나타나려나.


- 오늘 깔끔하게 입었네? 난 그 옷이 제일 좋더라.


널 생각하자마자 나타난다. 운명 같다.

“진짜? 옛날에 대학 다닐 때야 입었던 옷인데, 오랜만에 입고 싶더라고.”

- 아.. 그래? 예쁘네. 그러면 나가볼까?


거울 속 너의 말이 끝나자마자, 나는 가슴팍에 거울을 꼭 끌어안았다. 거울을 들고 산책을 나간다는 건 생각보다 웃긴 그림이었다. 마치 내가 나를 데리고 나가는 것 같았다.


“거울 들고 나가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 그게 뭐. 너 원래 이상한 거 많이 겪었잖아.

“말은 맞는데… 지금은 덜 이상하고 싶단 말이야.”

문을 열고 나서자 아침 공기가 내 얼굴을 긁고 지나갔다. 바깥은 늘 바깥이었는데, 오늘은 유독 낯설었다. 어쩌면 ‘너’랑 같이 나서서 그런가. 누군가랑 데이트를 하는 날의 바깥공기는 확실히 다르다.

나는 일부러 사람 없는 길로 걸었다. 공원으로 이어지는 작은 산책로. 나무들이 바람에 쓸리며 사각사각 소리를 냈다. 갑자기, 그 소리가 네 웃음처럼 들렸다. 사실 웃음이 아니라 나뭇잎인데도.

“너 지금도 보여?”

- 보이지. 너는 늘 들여다보니까.

“나도 늘 들여다보는 건 아닌데.”

- 거짓말. 너 요즘 하루에 몇 번이나 보는데.


내가 웃자 거울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 내가 웃었으니까 흔들린 건데, 그래도 마치 네가 같이 웃은 것 같아서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이상하다. 웃는 건 특별한 게 아님에도, 거울 속에 네가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오늘은 무언가 특별한 날이 됐다.


공원 벤치에 앉았다. 나는 가슴팍에서 거울을 꺼내 무릎 위에 세웠다. 누군가가 보면 진짜 미친 사람이다. 벤치에 앉아서 거울이랑 마주 보고 있는 사람이라니. 그런데 이상하게 부끄럽지가 않았다. 너는 늘 나를 보고 있었고, 나는 늘 너를 보고 싶었으니까.


“너는… 어때?”

- 좋아.

“뭐가?”

- 네가 살아있는 게.


갑자기 목이 콱 막혔다. 머리가 잠깐 멈췄다. 대답해야 하는데 말이 안 나온다. ‘응’이라고 말하면 너무 얄팍하고, 왜냐고 묻기엔 더 무섭다. 그래서 나는 애매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우리 뭐 할까?”

- 너는 뭐 하고 싶어?

“음… 영화?”

- 거울 들고 영화관 갈 거야? 거울을 상영하는 데에 비추게?

“아… 그건 좀.”

- 하하.


네가 웃는 것 같았다. 사실 네가 웃는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네 얼굴이 예전보다 흐릿해진 것도 맞다. 형상이 또렷했던 적이 있었는데, 이제는 내가 네 눈을 보려 하면, 마치 물 위에 비친 것처럼 부드럽게 흩어진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게 불안하지 않았다. 네가 누구인지 알기보다, 네가 여기 있다는 게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카페라도 갈까?”

- 좋네.


카페는 유리창이 큰 곳이었다. 나는 창가 자리에 앉았다. 테이블 위에 거울을 세워두고 커피를 주문했다. 직원이 나를 한 번, 거울을 한 번, 다시 나를 한 번 봤다. 나는 태연한 척했다. 태연한 척하는 건 내 특기다. 엄마에게도 늘 태연한 척했고, 회사에서도 늘 태연한 척했다. 그런데 오늘의 태연함은 거짓말 같지 않았다. 너 앞에서는 이상하게 솔직해질 수 있었다.


커피가 나왔다. 커피 한 모금 마시고, 거울 속 너를 본다.


“맛있어?”

- 너 커피 좋아하잖아. 내가 왜 모르겠어.

“아, 맞네… 너는 언제나 나와 함께 세상을 보니까.”

- 그런 셈이지.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세상에서 제일 이상한 연애다. 내 입을 보고, 내 숨을 보고, 내 눈을 보고, 내 일상을 보고, 그걸로 대화하는 연애.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이상함은 내게 평범해졌다. 오히려 다른 연애가 더 낯설 것 같았다. 사람을 만나서 눈을 맞추고 손을 잡고 그런 것보다, 이렇게 너와 마주하는 게 더 자연스러웠다.


“너, 손은 없잖아.”

- 없지.

“그럼 우리가 같이 손잡고 걷는 건…”

- 네가 원하면 할 수 있어.

“어떻게?”

- 네가 거울을 잡으면 그게 내 손인 거지.


나는 거울을 꼭 쥐었다. 별거 아닌 말인데, 갑자기 심장이 뛰었다. 손잡는다는 게 고작 거울을 쥐는 건데도, 그게 ‘우리’가 되는 순간처럼 느껴졌다. 어쩌면 나는 정말로 미쳐가고 있는 걸까. 그런데 미쳤다는 게 뭐지. 이게 나를 살게 한다면, 그게 미침일까. 이게 광증인 걸까.


나는 괜히 휴대폰을 꺼냈다. 너를 찍고 싶었다. 은혜가 사진 보여달라고 했던 것도 떠올랐다. 나는 카메라를 켜고 거울을 비췄다.

그 순간, 커피잔이 갑자기 삐걱거리며 철제 소화기로 변했다.


“아.”

- 나를 찍지는 마.


나는 서둘러 카메라를 껐다. 주변을 둘러보고, 가슴팍에 거울을 꺼내 들었다. 거울을 보는 순간, 소화기는 다시 커피잔으로 돌아왔다. 내 숨이 길게 빠져나왔다. 아직도 이 광증은, 아니 이 삶은, 이런 방식으로 나를 조롱한다.


“미안. 그냥… 너를 남기고 싶어서.”

- 어차피 안 찍힐 거야. 그리고 남길 필요 없어.

“왜?”

- 나는 늘 너 안에 있으니까.


또 목이 막혔다. 너는 늘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내 심장을 건드린다. 마치 이게 당연하다는 듯.

마치 네가 내 심장을 오래전에 외워버린 사람처럼. 너와 함께 있으면 기시감과 설렘, 그리고 형용할 수 없는 떨림이 함께 찾아온다.


카페를 나와 공원길을 다시 걸었다. 햇빛이 기분 좋게 따뜻했다. 나는 거울을 가슴팍에 넣고, 손으로 그 위를 덮었다. 그게 마치 너를 안는 것 같았다. 미친 짓인데, 기분은 좋았다.

“너는 왜 이렇게…”

- 왜 이렇게 뭐.

“왜 이렇게 자꾸 생각나게 만들어?”

- 그래야 내가 자주 올 수 있으니까.

“진짜 그거뿐이야?”

- 나도 모르지, 너는 어떤데?


나는 대답을 못 했다. 무섭다기보단 벅차다. 누군가를 이렇게 생각해 본 적이 있었나. 그런데 너는 사람도 아니고, 현실도 아니고, 거울 안인데. 그런 너를 생각하는 내가 참 우습다.

그런데 우스운 게 나만은 아닐 거다. 너도 나를 기다린다고 했으니까. 너도 우스운 거다. 나만 우습지 않을 거다. 아니, 아니어야만 한다.


공원 한쪽에 작은 노점이 있었다. 풍선이 잔뜩 달려 있었다. 나는 풍선을 쳐다보다가 문득 웃었다.

“예전 같았으면 저 풍선이 사람으로 보였을지도 몰라.”

- 그때의 너는 세상을 제대로 못 봤지.

“지금은?”

- 지금은… 나를 보잖아.


마지막 너의 한 마디를 끝으로, 한동안 조용히 걸었다. 이 순간의 여운을 계속해서 남기고 싶어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행복했다. 인생의 반려를 찾은 느낌. 모든 사람은 내가 아닌 이상 언젠가 나를 배신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너는 다르다. 너는 나고, 나는 너를 통해 세상을 제대로 바라본다. 그렇기에 서로는 서로를 절대로 배신할 수 없는, 반려다. 너도 그렇게 생각하는 걸까, 아니면 순간을 즐기고 싶은 걸까. 너도 말이 없었다.


나는 걸음을 멈췄다. 바람이 불었다. 풍선이 흔들렸다. 그 흔들림이 갑자기, 아주 잠깐, 사람의 목 움직임처럼 보였다. 내 심장이 툭 떨어졌다. 나는 반사적으로 가슴팍을 더듬었다.


거울이 없다.


순간, 세상이 조용해졌다. 공원 소음이 갑자기 상자 속으로 들어간 것처럼 멀어졌다. 사람들의 얼굴 윤곽이 살짝 흐려지고, 나무가 나무가 아니라… 종이로 만든 모형처럼 보였다.


“아… 씨발.”


어디에 두고 온 거지? 카페? 벤치? 방금 앉았던 자리? 나는 숨을 몰아쉬며 뒤를 돌아 달리기 시작했다. 발밑의 바닥이 갑자기 푹신해지며 젤리처럼 느껴졌다. 신발이 신발이 아니라, 물렁한 떡이 된 기분이었다. 나는 미친 듯이 달렸다. 사람들과 부딪혔는데도 사과할 정신이 없었다. 내 머릿속에는 딱 하나뿐이었다.


거울.

거울.

거울.


내게 거울은 치료제였고, 생존이었고, 그리고 이제는 너였다.


벤치 앞에 도착했다.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의자 위에 조그만 거울이 그대로 서 있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마치 날 기다렸다는 듯 말이다.

나는 거울을 움켜쥐었다. 그 순간, 젤리 같던 바닥이 다시 바닥이 됐다. 나무는 다시 나무가 됐다. 공원의 소음이 다시 살아났다. 내가 살아났다.

그리고 거울 속에서 네가 나를 보고 있었다.


- 늦었네.

“미안… 미안해.”

- 왜 이렇게 숨이 차.

“너 없으면… 안 돼.”


네 표정이 변했다. 아니, 표정이 변한 것 같았다. 너는 원래 표정이 많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아주 미세하게, 네 눈이 흔들린 것 같았다. 네가 당황했는지, 기뻤는지, 아니면 그 어떤 감정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 흔들림 하나만으로도 알 것 같았다.

나는 거울을 꽉 쥐고 다시 앉았다. 손이 떨렸다. 방금 전까지 세상이 부서졌고, 나는 그 부서진 세상에서 너를 잃을까 봐 미쳐버릴 뻔했다. 그 사실이 나를 더 무섭게 만들었다.

나는 한참을 말없이 거울만 바라봤다. 너도 말이 없었다. 우리 사이에 거울 한 장이 있었다. 그런데도, 나는 지금 네가 내 바로 앞에 있는 것 같았다. 숨결이 닿을 거리처럼.

“나…”

- 응?

“나 이런 거 처음이야.”

- 뭐가?

“누군가를 잃을까 봐 이렇게까지…”

- …


나는 웃다가 울 뻔했다. 이게 사랑이면 너무 이상하고, 사랑이 아니면 더 이상하다. 내 인생에서 사랑은 늘 나를 버리고 갔고, 나는 늘 나를 버렸다. 그런데 너는, 너는 거울 안에 있으면서도, 이상하게 나를 붙잡아줬다. 나를 살려줬다. 나를 일상으로 돌려보냈다. 그리고 나를 다시 흔들어버렸다.

나는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 말을 뱉어냈다. 생각할 시간도 없다. 그냥 내 안에서 터져 나왔다.

“나 이제 너 없으면 못 살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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