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나침반

1막. 삭


나는 언제나 스스로

정의롭다고 생각했다


내 마음 속 나침반과 저울로

세상 모든 것들을 비교하고 대조하며

나만의 기준으로

내 신념 아래 움직인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 나침반과 저울이

언제부터인가 고장났는지 몰랐던 채,

내 잘못된 신념의 이정표는

어느새 나를 구부러진 길로 인도했고,

그 길은 어느새 망망대해의 어느 섬으로 나를 데려갔다


나는 오늘도 정의롭다고 믿었다

그런 줄만 알았던, 그러나 아니었던,

내 나침반은 나의 안위만을 최우선으로 향하고

내 저울은 나와 내 사람쪽으로만 기울어졌다


무수한 감정의 늪

후회인지 집착인지 아니면 이기심인지 알 수 없는,

이성이라고 부르지는 못 할,

나의 무언가


그 무언가가 이제

나를 늪 안으로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나에게 정의란 무엇일까

나에게 신념이란 무엇일까

결국 내가 믿고 따른 것들은 나 자신만을 향한

좁디좁은 이기심이 아니었을까


원할 때 내 앞에 나타나고 사라지는 담뱃잎 안개처럼,

내 정의와 신념은

내 손으로 잡으려 할수록

저멀리 아스러져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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