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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줄다리기 중이었다면—

2막. 초승


줄다리기

무리와 무리가

서로 자신을 향해

온 힘을 다해 당기는

민속놀이


나와 우리는,

상대방이 완벽히 우리에게로

넘어올 때까지

온 힘을 다해

당겨낸다


팽팽하게 서로가 서로를 밀어내듯

숨소리가 가빠지고, 땀이 손바닥을 적신다

움직이지 않을 것 같은 이 두 무리는

언젠가 결국엔 상대의 그곳으로

몸이 내팽겨져 친다


우리가 더 세면 우리 쪽으로,

상대가 더 세면 상대 쪽으로.


그러나

만약 줄이 끊어진다면,

상대를 땡기기 위해 온 힘을 다 했던 그 힘이

결국 내게로 넘어와

쿵-

하고 모두가 넘어진다


손끝엔 줄의 흔적이 남고,

마음엔 붙잡던 무언가를 놓친 공허함이 스며든다


그래도

줄다리기는 살짝 몸의 생채기만 날 뿐

별다른 일이 없이 넘어간다.


인간관계도 그랬다면 어땠을지-

줄이 끊어진 순간조차

쉽게 지나갈 수 있었다면,

우리는 좀 더 덜 아프게

서로를 놓아줄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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