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반 고흐, <다섯 송이의 해바라기>

존재하지 않는 그림을 위한 도슨트

by Vibbidi Vobbidi
By 빈센트 반 고흐 -Still Life: Vase with Five Sunflowers, 1888 by Vincent van Gogh (Dutch, 1853 - 1890).


작품: 빈센트 반 고흐, <다섯 송이의 해바라기> -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중 소실


오늘의 투어, 밤 11시의 도슨트에서 물리적인 캔버스는 존재하지 않는다. 핀 조명 아래 걸려 있어야 할 것은 잿더미가 된 직물의 잔해, 그리고 이 그림을 소유했던 자본가들의 배경으로 남은 무채색의 기록뿐이다.


1920년, 일본의 자본가 야마모토 고야타는 거액을 들여 고흐의 해바라기 한 점을 사들였다. 고흐는 분명 다섯 송이를 그렸다고 적어 두었지만, 실제 캔버스 위에는 한 송이가 더 피어 있었다. 이 작은 어긋남은 결함이 아니라 작품을 둘러싼 이야기로 남았다.


Mushanokoji Saneatsu and Koyata Yamamoto with Vincent van Gogh's "Sunflowers", circa 1938.

이 꽃들은 원래 고흐가 꿈꾸던 화가 공동체의 첫 손님, 고갱을 맞이하기 위해 준비된 것이었다. 하지만 그 꿈은 겨울이 오기도 전에 무너졌고, 주인을 잃은 꽃들은 바다를 건너 낯선 저택의 벽에 걸렸다.


어쩌면 이 실패는 이미 그림 속에 들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막 피어난 꽃과 고개를 숙인 꽃이 한 화병 안에 함께 놓여 있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시간이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자본은 이 그림을 오래 지킬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1945년 전쟁의 화염은 그 집과 함께 그림도 삼켜 버렸다. 공습이 지나간 뒤, 그 방에는 더 이상 해바라기가 남아 있지 않았다.


이 보이면서도 보이지 않는 그림 앞에서 우리는 묻게 된다. 이 감정은 무엇일까. 단순히 천문학적 가치를 지닌 자산이 소멸했다는 세속적인 아쉬움일까. 아니면 하이앤드로 꾸며진 한 천재 예술가가 남긴 흔적을 잃었다는 사실을 깨달아서일까. 고흐가 불안한 정신을 붙잡고 짓이겨 발랐을 물감의 두께, 캔버스 위에 남았을 숨결과 지문. 그 모든 것은 전쟁의 폭력 앞에서 영구적으로 소멸했다. 우리가 애도하는 것은 아마도 가격이 아니라 되돌릴 수 없는 인간의 시간이다.


우리는 예술이 영원하다고 믿는다. 그러나 불타 사라진 캔버스의 직물 앞에서 묻게 된다. 도대체 무엇이 영원한가.


물질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것은 역설적인 불멸이다. 그림은 소실되었지만 화집은 계속 출판되었고 사람들은 존재하지 않는 여섯 송이의 꽃을 지금도 기억한다. 캔버스는 사라졌지만 아시야의 해바라기라는 이름은 상실이라는 비극을 자양분 삼아 우리의 머릿속에 더 선명한 이미지로 자리 잡았다.


이제 그 해바라기는 미술관의 벽에 걸려 있지 않는다. 그 어떤 화재도 닿을 수 없는 장소, 우리의 기억 속에서 늙지 않는 신화로 피어 있다. 어쩌면 예술의 불멸은 완전한 소멸 이후에야 완성되는지도 모른다.



Vibbidi Vobbi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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