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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만 Oct 19. 2024

1. 제주도 대학생은 어떻게 살아?

 현재나이 20대 중후반. 대한민국의 제주도라는 섬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초중고를 졸업 후 지방쥐 생활을 청산하고자 하였으나, 저렴한 등록금을 외면하지 못해 제주도에서 대학생활을 5년 더 보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지금은 육지쥐가 된 지 어언 3년 차. 서울에서 알게 된 친구와 오랜만에 홍대에서 밤 11시까지 놀았습니다. 홍대 특유의 젊음의 에너지를 느끼면서 '이런 걸 20대 초반에는 제대로 경험하지 못했을까' 좌절하던 중, 불현듯 '아니 나도 꽤 재밌게 살았던 거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파민으로 기억퇴행이 일어나기 전에, 그 시절의 기억을 되살려 20대 제주도 대학생의 이야기를 써보기로 했습니다.


 제주도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관광지로 너무나 유명하고, 매년 10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합니다. 실제로 초등학교 때 들었던 '백록담에서 공을 차면 바닷가에 떨어지냐, 너희는 말 타고 학교 다니냐' 는 농담은 옛말이 되어버렸습니다. 한라산, 섭지코지, 비자림, 300개 이상의 오름, 해수욕장 등 자연친화적인 관광지가 많고, 카카오맵 평점 4.0 이상의 숨은 맛집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하지만 수능을 본 19살의 언니, 오빠, 형, 누나, 동생, 조카, 자녀가 '제주도에서 대학생활을 한다'라고 하면 몇 가지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1. 제주도 대학생들은 뭐 하면서 놀까?

2. 관광을 많이 할까?

3. (섬이라는 특성 때문에) 답답하지 않을까?

4. 스펙을 쌓는 데 (육지랑 왔다 갔다 하느라) 어렵지 않을까?

5. 경험의 폭이 좁지 않을까?



모든 의문에 정답을 드리지는 못하지만, 글을 쓰기에 앞서 제가 느낀 바를 말씀드리겠습니다.


1. 제주도 대학생들은 뭐 하면서 놀까?

 육지 대학생들처럼 맛집 가고, 술도 마시고, 과팅도 하고, 연애도 하고, MT 도 갑니다. 공강 시간에 제주도 맛집을 가거나 바닷가에 놀러 갈 수 있다는 게 특이점이겠군요. 여름 계절학기 수업으로 승마, 스킨스쿠버, 요트 강의가 개설되어 육지 대학생들도 많이 들으러 옵니다. (슬프게도 저는 듣지 못했습니다.)


2.  진짜 관광을 많이 할까?

반반입니다. 육지에서 제주도로 온 대학생들은 관광을 꽤 많이 하는 편입니다. 저는 이곳이 관광보다는 생활터전의 느낌이 들어서, 관광객들이 잘 가지 않은 숨은 명소, 맛집들을 동기들과 자주 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제주도 1020 현지인들의 일상이 궁금하시다면, 제주시청과 제원, 제주 중앙여고 근방에 자주 출몰하니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3. (섬이라는 특성 때문에) 답답하지 않을까?

반반입니다. 이 역시 사람마다 다릅니다. 솔직히 저는 답답한 쪽에 속했습니다. 그래서 이 감정을 동기부여로 활용해서 방학마다 학교 지원받아서 해외 나가고, 주말에 친구들 보러 육지 다녀오고, 외국인들도 많이 만나고 이것저것 활동을 많이 했습니다. 요새는 제주 - 서울 비행기도 하루 평균 85개가 있어서 생각보다 육지와의 왕래도 어렵지 않은 편입니다.


4. 스펙을 쌓는 데 (육지랑 왔다 갔다 하느라) 어렵지 않을까?

 반반입니다. 정말 하기 나름입니다. 제주도 대학교직원들도 지역적 특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매년마다 새로운 지원 사업들을 내놓습니다. 그리고 이런 학교 단위 사업들은 하는 사람만 하는 편이라, 생각보다 경쟁률도 낮습니다. 제주도에서 하는 사업들을 이것저것 지원하면서 대외활동 경험을 익숙하게 만들었고, 육지의 질 좋은 대외활동을 보는 눈이 길러져 한국-미국 인턴십이나 유럽 교환학생도 잘 다녀왔어요.

결정적으로 주변 경쟁에서 벗어나서 20대 초반의 내가 하고 싶은 걸 한다는 마음으로 접근했기 때문에, 자존감이 10대보다 훨씬 많이 채워졌습니다. 지칠 때는 혼자 오름탐방하거나 바닷가 보면서 쉬었던 게 답답한 제주도에서의 큰 장점이겠군요.


5. 경험의 폭이 좁지 않을까?

 반반입니다. KTX, 지하철로 육지 곳곳을 돌아다니거나 팝업스토어나 홍대 문화를 평일 저녁에 접하지 못해 가끔씩 현타오는 순간도 있지만, 저같이 제주도에 잠시 깃발만 꼽고 역마살 있는 사람처럼 곳곳을 돌아다닌 분들도 많습니다. 오히려 경험의 폭은 현재의 거주지보다 추구하는 방향성과 주변의 좋은 사람들의 유무에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요즘 들어 연예인, 예술가, 숨은 찐부자 등등 특이 이력을 가진 분들이 제주도로 터를 많이 옮기시는 만큼 색다른 직업들을 가진 분들은 제주도에서도 여전히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제주도에서의 대학생활도 꽤 나쁘지 않아 보이는데요. (홍보대사 아님. 진짜 절대 아님.) 장점도 있고, 답답하기도 하고 지엽적인 환경으로 아는 사람을 자꾸 마주치게 되는 단점도 여러 개 있습니다. (홍보대사 아닌 거 인증)


이 브런치북은 제주도에서 자란 제가 20대 초반 순수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느꼈던 과정을 되새김질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따라서 '어디가 낫다, 그르다' 를 흑백선상에서 바라보지 않고,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하면서 가볍게 읽고 넘어가주셨으면 정말 감사드리겠습니다.



현지인 Tip) 제주도민들은 바다 너머 반도를 일컬어 '육지'라고 칭한다.


(출처: 제주의 소리, "제주 관광객 1000만 명 돌파. 작년보다 12일 앞당겨",

https://www.jejusori.net/news/articleView.html?idxno=43027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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