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자 무죄판결의 단상

대법원의 병역거부자에 대한 기존의 판례 변경과 관련하여

by 문석주 변호사

2018. 11. 1. 대법원은 마침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형사처벌해오던 기존의 판례를 변경하였습니다. 이로서 대법원은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서 정하는 현역입영 거부 행위에 대한 정당한 사유 중 하나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한 것입니다. 기존에 대법원은 종교 또는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자들에 대하여 이는 오로지 주관적인 사정에 불과하므로 질병, 재난의 발생 등 일반적이고 객관적인 사정에 한정되는 정당한 사유 안에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일관되게 판시하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동안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처벌에 관한 대법원의 판결에서 처벌을 반대하는 소수의견의 비중이 늘어나더니 결국 이번 판결에서는 9대4로 양심적 병역거부가 현역입영거부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기존의 입장이 변경된 것입니다.



양심적 병역거부는 항상 우리 사회의 커다란 화두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자신의 신념을 이유로 집총과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사람에게 형사 처벌 등의 제재가 필요하냐의 문제를 두고 사회 각계는 첨예하게 대립하였습니다. 제가 고시공부를 할 때에도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문제는 항상 단골 기출 주제였고 대부분의 고시생들은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대법원, 헌법재판소의 결정례를 줄줄 외우고 있었습니다. 저도 역시 시험의 단골 주제인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에 대한 대법원 판례들을 빠짐없이 암기하고 있었습니다.



양심적 병역거부의 문제를 줄줄 외우고 있었다는 것이 그것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었습니다. 최근까지도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명확한 내 의견이랄 것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가까운 주변 친척 중 실제로 종교상의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고 이로 인해 검찰에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제가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에 대해 자주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병역거부 문제에 대해서는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고 각각의 의견 모두 나름의 타당한 명분이 있습니다. 다만 쌍방 입장의 첨예한 대립 중 하나인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양심적이라면 병역의무 이행자들은 비양심적이냐”라는 비판에 대해 제가 문제를 제기하고 싶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양심적”이라는 용어는 심성이 올바른 것, 비뚤어지지 않거나 도리에 어긋나지 않는 것이라는 의미로 사용됩니다. 반대로 우리 나라에서 어떤 사람을 비양심적이라고 하는 것은 그 사람이 비뚤어진 사람이라거나 도덕적이지 않는 사람을 가리킬 때 사용됩니다.



그런데 법원에서 사용하는 “양심적”이라는 용어는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의미와는 조금 다릅니다. 헌법재판소에서는 양심의 의미에 대해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함에 있어서 그렇게 행동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인격적인 존재가치가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절박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라고 정의하면서 “양심적 병역거부”란 종교적, 윤리적 동기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행위를 말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즉 법원은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것이 올바른 병역거부, 착한 병역거부 라는 가치판단의 요소를 포함시키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결국 "병역거부가 양심적이라면 병역을 이행하는 행위는 비양심적인 행위냐" 하는 비판은 법원의 용어 정의와 일반인들 사이에 통용되는 단어의 해석 차이에서 비롯된 오해에 불과한 것입니다. 이러한 오해가 발생한 데에는 법원에 전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습니다. 대법원은 사회의 가치와 규율을 정하고 기준을 설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기관입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논란의 소지가 있을 만한 부분은 미리 명확하게 정리했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용어의 사전적 의미, 법률용어의 사용에만 매몰되어 일반 사회에서 사용되는 용어의 의미를 무시한 채 그들만의 용어사용으로 혼란을 자초하고 있는 것입니다.



양심적 병역거부의 문제가 법원에서는 정리되었지만 아직 사회 전반에서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아직도 다수의 국민들은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를 반대하고 있고 이러한 사회갈등을 해소하는 것 역시 법원의 역할 중 하나입니다. 사소한 단어 사용에 따른 오해부터 해결할 때 결국 대립되는 주장들의 타협점 역시 쉽게 발견될 것입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판결이 확정된 채권의 시효중단을 위한 채권자의 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