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씨의 재판출석 논란을 보면서

몰락한 독재자의 과거와 현재

by 문석주 변호사


어릴 때 우리 집은 대학교 근처에 있었다. 1980년, 90년대 아직까지 대학교에서는 시위가 빈번하게 있었다. 거의 일주일에 한번은 최루탄 가스의 냄새를 맡았고 거리가 시끄러워 의자를 딛고 창문밖을 보면 대학생들과 경찰이 대치하면서 서로에게 위협을 가하고 있었다. 당시 나는 어렸기 때문에 시위의 의미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지 못했다. 단지 최루탄 가스로 시위때마다 눈물 콧물 범벅이 되었고 그때마다 시위를 하는 대학생을 원망하기도 했다.


최근 전두환 씨의 재판과 관련된 내용들이 연일 언론과 인터넷에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있다. 전두환씨는 형사재판의 피고인으로 기소되었다.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 그 죄목이었다. 고 조비오 신부는 1980년 5.18민주화 운동 당시 광주교구 소속 신부로 재직하면서 5.18.민주화 운동의 참상을 직접 경험한 사람이다. 그는 당시 보고 겪은 내용들을 증언하고 알리는데 앞장선 인물이다. 특히 고 조비오 신부가 증언한 내용 중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군부대의 헬기가 시민들을 향해 사격을 가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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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xspawn, 출처 Unsplash



전두환 씨는 자신의 회고록에서 5. 18. 당시 군대가 시민에게 헬기사격을 가했다는 고 조비오 신부의 증언이 거짓말이라고 언급했다. 심지어 고 조비오 신부는 거짓말쟁이라고 비난까지 가하였다. 이 사건 재판은 이 회고록 문구가 문제된 것이었다. 전두환씨가 고인이 된 조비오 신부를 거짓말쟁이로 지칭하면서 사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재판이 이루어지는 광주까지 이동하는 전두환씨의 모습은 참 처량했다. 지나가는 시민들이 전두환씨를 향해 욕을 하고 고함을 쳤다. 뉴스 영상을 보니 어린 아이들까지 전두환씨에게 비난을 가하고 있었다. 어린 아이들에게 까지 비난을 받는 전두환씨의 모습을 보니 씁쓸하기까지 했다.



전두환씨는 법의 절차에 따라 재판을 받고 응당하는 벌을 받게 될 것이다. 무가베, 카다피 등 독재자들이 결국 몰락한 것처럼 말이다. 전두환씨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는 요즘 나는 다시 과거 어릴 때 시위하던 대학생들과 탄압하던 경찰들을 떠올린다. 과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전두환 씨의 모습과 현재 재판의 피고인으로 출석하는 전두환씨의 모습, 그것이 바로 과거와 현재 우리나라의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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