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라는 직업의 보람
상가명도소송을 종결하고 난 소회
1. 6개월 전 금요일 업무를 마감하기 몇 시간 전에 어떤 아주머님 한 분이 사무실을 찾아오셨습니다. 업무를 마치고 오신 아주머니는 가방에서 소장 하나를 꺼내셨습니다. 상가 점포를 인도하라는 상가주인의 소장이었습니다.
아주머니는 소장을 펼쳐놓으시면 한탄을 늘어놓으십니다. 아들이 어릴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차곡차곡 저금을 해 그 돈으로 1년 전에 카페 창업을 했답니다. 그런데 갑자기 상가 주인이 상가를 재건축 해야 하니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상가에서 퇴거하라고 요구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아들은 1년 전 카페를 인수할 당시 수천만원의 권리금을 주고 영업을 양도받았습니다. 아드님 입장에서는 당연히 점포에서 오랜기간 카페영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고 당시 카페 시설 영업 권리금 시세에 맞춰 권리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상가주인이 1년의 임대차계약 기간이 만료되자 갑자기 건물이 노후되어 재건축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점포를 비워달라고 요구한 것입니다. 당연히 아들 입장에서는 영업을 시작한 지 1년밖에 안 된 시점에서 점포에서 퇴거할 수 없다고 버텼고 만약 내보내려면 정당한 손해를 배상하라는 항변하면서 분쟁이 발생하였습니다.
2. 결국 상가주인은 카페 주인인 아들을 상대로 임대차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하는 건물명도청구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그때부터 카페주인인 아들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스트레스로 힘들어했고 이를 보다못한 어머니가 저희 사무실을 찾아온 것입니다.
처음 사건을 접할때부터 임차인의 임대차계약 갱신요구기간이 아직 종료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가주인의 건물명도 청구는 인정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였습니다. 다만 이미 상가주인과 임차인인 아들과의 관계가 악화될 대로 악화되어 더 이상 점포에서 카페영업을 계속하는 것은 어려웠고 카페주인인 아들이 권리금 및 시설비 상당의 보상을 받고 퇴거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청년이 수년간 모아온 창업자금을 1년만에 잃어버리게 될 상황에 놓였다는 사실이 너무 화가나고 딱하기도 했습니다. 임차인인 아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받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소송을 진행하였고 1시간이 넘는 조정절차도 거쳤습니다.
3. 소송이 수개월 계속되자 재건축 계획을 가지고 있던 임대인측은 먼저 백기를 들었고 결국 임차인은 권리금 상당과 일부 추가적인 보상을 받고 합의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어느 한 청년의 창업자금을 어느 정도 지켜주었다는 생각에 제 스스로도 뿌듯하였습니다. 임차인인 아들도 소송진행 중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다가 결국 어느정도 보상을 받고 점포를 떠나게 되자 한결 마음이 평안해졌습니다.
아들은 약속받은 보상액을 지급받고 상가주인이 소를 취하하자 감사하다는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저도 오랜만에 변호사로서의 보람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상가임대차소송은 한 가족의 생활이 걸린 문제에 해당하기 때문에 그 소송액수가 반드시 소송의 중요성과 비례하지 않습니다. 임대차분쟁 상담을 할 때마다 분쟁에 처한 당사자들은 하루하루 밤잠을 설치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합니다. 이런 임대차분쟁이 생겼을 때는 혼자서만 고민해서는 그 해결방법이 나오지 않습니다. 변호사와 애기하다보면 반드시 소송으로 가지 않고서도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도출되기도 합니다.
비록 큰 액수의 소송사건은 아니지만 원만하게 의뢰인이 원하는 바를 이루었을 때 변호사로서의 보람은 돈으로서 환산할 수 없는 가치일 것입니다. 임대차소송을 끝내고 의뢰인으로부터 그동안 감사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저는 스스로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변호사 문석주
2019. 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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