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습과 폐단을 바꾸는 힘

어느 한 현직검사의 고백을 보고

by 문석주 변호사

1913년 미국 몽고메리주 시내버스에 로자 파크스라는 흑인 여성이 탑승하였다. 당시 미국에서는 버스 안에서도 흑인과 백인 사이의 차별이 존재했다. 백인과 흑인 좌석이 구분되어 있었으며 흑인은 백인이 올 경우 자리를 비켜주어야 했다. 그날 운전기사는 좌석에 앉아 있던 로자 파크스를 향해 자리를 백인에게 양보할 것을 요구했다. 로자 파크스는 이를 거부했고 버스기사는 이를 경찰에 신고했다. 로자 파크스가 경찰에 체포되고 벌금형을 받게되자 흑인들 사이에서는 몽고메리 버스 보이콧 운동이 들불처럼 번졌다. 결국 이 사건을 계기로 버스 내에서의 흑백차별은 사라졌음은 물론 후에 미국 내 인종차별운동이 확대되는 계기가 되었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미투운동이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미투란 전세계에서 유행하고 있는 성폭력 고발, 척결 공감 태그로 '나도 성폭력 피해자다.' 라는 뜻을 담고 있다. 본인들의 과거 성폭력 경험을 알리며 고발함으로서 사회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더 이상 피해자들이 숨어서 2차 피해를 당해서는 안된다는 취지의 운동이다. 미국의 유명인사로부터 시작된 이 미투운동은 현재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확대되고 있고 이러한 성폭력 방지 운동 확산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여성 인권 문제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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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haisurdu, 출처 Unsplash


우리나라에서도 지난밤 현직검사의 TV 인터뷰가 있었다. 과거 본인의 상관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내용을 알리는 인터뷰였다. 그 사건 이후 그 검사는 8년이 넘는 기간동안 성폭력 피해자로서의 고통 뿐만이 아니라 인사상의 불이익도 당하였다고 폭로하였다. 나는 검사를 한 경험은 없지만 검사들의 생활을 간접적으로 목격한 적은 있다. 사법연수원에 있을 당시 2개월간 매일 검찰청에 출근하여 실무수습을 하면서 잠시나마 검사들의 생활을 보고 느꼈다. 당시 나를 맡았던 지도검사 역시 자녀가 있는 여자검사였다. 내가 본 검사 조직은 철저히 상명하복의 문화가 유지되는 곳이었다. 특히 과거부터 대부분의 검사들이 남자로 구성되다보니 남성위주의 문화가 은연중에 자리잡고 있음을 느끼기도 하였다. 특히 외부에서 보는 권력자로서의 검사라는 지위와 내부에서 위계조직의 구성원에 불과한 검사로서의 지위 사이의 괴리에서 발생하는 인권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점도 어렴풋이 느꼈다. 과거 2년 전 어느 한 검사의 자살 역시 이러한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발생한 것은 아니었을까.

검찰 내 성폭력을 폭로한 현직 검사는 피해자가 계속 숨어있는 한 검찰조직 내 잘못된 문화는 절대 변화하지 않는다는 생각하였고 결국 본인 스스로 TV인터뷰를 자청하고 성폭력 사실을 공개했다고 한다. 이러한 현직 검사의 행동에 대해 '8년이나 지난 일을 들추는 의도가 수상하다.', '인사에 불만을 품는 등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라는 의심의 시선을 가지는 사람들도 일부 존재한다. 그러나 과연 현직검사로서의 사회적 위치,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대한 불확실성, 어쩌면 본인이 현재 가진것을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상쇄시킬 만큼의 불순한 의도가 그 검사에게 있다고 볼 수 있을까. 로자 파크스가 버스기사의 양보 지시에도 불구하고 좌석에서 일어나지 않은 행위에 대해 당시에도 단지 그녀는 유명해지고 싶었다라거나 그녀는 다리가 아팠을 뿐이다.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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