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페이스북에서 충격적인 사진을 접했습니다. 그 사진 속에는 어떤 여자아이가 온몸에 피를 뒤집어쓴채 앉아있는 모습이 담겨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연출사진이거나 어느 기업체의 광고라 여기고 가볍게 넘겼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해당 사진은 동급생 친구들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한 어느 여중생의 처참한 모습이었습니다. 가해자들이 바로 피해자와 비슷한 또래의 여중생들이라는 사실이 더욱더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최근 여중생이 가해자였던 또다른 사건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얼마전까지 세상을 들썩이게 하고 곧 판결선고를 앞두고 있는 인천초등생살인사건 애깁니다. 두 사건 모두 가해자는 만15세 미만의 여중생들이었습니다. 고등학생들도 아닌 중학생들이 이와같이 경악할만한 범죄를 저지는 것이 저로서도 참으로 충격적이었습니다.
어린학생들이 저지른 일련의 엽기적인 범행행각이 사회적인 공분을 사면서 최근 소년법의 폐지 또는 개정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소년법은 만18세 미만의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하는 법률입니다. 소년법상 소년에 해당하는 경우 일반적으로 장기는 10년, 단기는 5년의 형을 초과하여 선고하지 못합니다. 사형 또는 무기형에 처하는 경우에도 최대 15년형을 선고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정강력범죄를 저지른 소년의 경우에는 사형 또는 무기형에 처하는 경우 20년형을, 그 외의 경우 장기는 15년, 단기는 7년의 형을 초과하여 선고하지 못합니다. 특히 14세 미만의 소년의 경우(특정강력범죄가 아닌 경우)에는 형법의 적용을 받지않고 소년법에 의해 처벌을 받으므로 소년법에 따른 보호처분만을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소년법에 대해 국회는 소년법에서의 소년의 연령을 낮추는 방법, 장기 단기의 형을 상향하는 방법, 사형 또는 무기형의 선고가 가능하게 하는 방법 등 다양한 방안을 통해 소년법 개정의지를 천명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소년법 자체를 폐지하자는 의견도 심심치않게 들립니다. 국회 뿐만 아니라 일부 국민들도 형사미성년자들을 보다 강력하게 처벌하자는 소년법 개정 청원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사회 곳곳에서 소년법 개정 또는 폐지의 움직임이 있고 대다수의 국민들도 이에 찬성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과연 소년법 개정 또는 폐지가 사회적으로 유의미하고도 효과적인 방법에 해당할까요? 물론 가해자들에 대한 응보의 의미나 다른 잠재적 소년범들에게 공포감을 심어주는 방법이라면 그 관점에서는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도 보여집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소년법이 과연 형사미성년자들에 대한 응보 및 공포감을 조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법률인 것일까요? 소년법을 포함한 모든 형법관련 법령들의 목적은 범죄자들의 교화와 범죄의 예방에 있습니다.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부르는 OECD 어느 국가에서도 형법의 목적을 가해자에 대한 복수에 두고 있지 않습니다. 형법의 목적이 범죄예방에 있다는 점에서 볼 때 소년범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소년범죄를 예방하는 효과적인 방법에 해당한다는 아무런 근거가 없습니다. 특히 만약 소년범들에 대한 제재 강화가 범죄예방에 그렇게 효과적이라면 왜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점점 더 소년범에 대한 처벌의 정도를 약화시키고 있는 것일까요?
강한형벌이 범죄자들의 교화나 잠재범죄 예방에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연구들을 통해 확인된 사실입니다. 세계에서 강력범죄율이 낮은 나라들로 꼽히는 북유럽국가들의 경우에도 그 형벌의 정도는 우리나라도와 비교하여 지극히 낮습니다.
물론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미성년자들의 정신적인 성숙도는 과거에 비해 훨씬 빨라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러한 사회변화에 발맞추어 소년법의 적용 연령을 낮추는 방향의 개정은 타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소년들에게도 사형를 허용하자든지 현재의 형량으로는 부족하니 형의 상한을 올리자다든지 하는 의견은 소년범죄율 증가의 원인을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은 개정안이라고 보입니다.
현재의 소년강력범죄 증가는 현재 소년법에 정하고 있는 형량이 낮음으로 인해 기인한 것이 아닙니다. 잠재적 소년범들에 대한 보다 철저한 사회적 관리와 교육, 소년원의 교화 프로그램 재정비 등이 더욱 필요한 법안이고 개정해야할 제도들입니다. 끔찍한 소년범들의 강력범죄들을 목격할 때마다 저 또한 화가나고 가해자들을 엄히 다스려야 된다는 감정이 일어나는 것도 사실입니다. 소년강력범죄들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도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그러나 법과 사회가 잔인해지면 범죄도 덩달아 잔인해지고 강력해진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