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사건
요즘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여러가지 굵직한 사건들로 인해 언론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직업의 특성상 자주 서울중앙지방법원을 가게 되는데 갈 때마다 방송국 차량이나 취재진들을 목격하게 되면 '오늘 또 무슨 중요한 판결이 있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번주에도 요 며칠 네이버 포털 등 실시간 검색어를 자주 선점하던 판결이 있었습니다. 바로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사건에 대한 판결 선고입니다. 이전부터 어느정도 원고(근로자들)의 승소가 예측되었으나 실제 법원에서 원고들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이 나오자 다수의 언론사들은 앞다투어 이러한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하였습니다.
국민들이 실질적으로 피부로 느끼고있는 임금에 대한 판결로 법원의 이번 결정은 상당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단 이번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사건 선고의 내용을 살펴보면
근로자들은 상여금(일비, 중식대도 청구에 포함되었습니다)이 통상임금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통상임금에 상여금을 제외하고 이를 기초로 야근수당, 휴일수당, 연차휴가수당 등을 지급하였으므로 상여금이 포함된 통상임금으로 재산정된 미지급수당들을 근로자들에게 지급하라는 청구를 하였습니다.
법원은 이에 상여금은 소정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금품으로서 정기적, 고정적,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에 해당한다고 보았고 결국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중식대도 통상임금에 포함됨). 이에따라 법원은 기아차에 대해 상여금이 포함된 통상임금을 기초로 미지급된 수당 중 일부를 원고들(근로자들)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결정을 하였습니다.
기아차(회사측)은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된다고 하더라도 노사가 상여금을 통상임금 산정 기준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하였기 때문에 만약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경우 근로자들은 예상외의 수익을 얻고 회사는 예측하지 못한 재정정 부담이 생겨 경영상의 어려움이 생긴다는 근거를 들어 근로자들의 주장은 신의성실의원칙(신의칙)에 위반된다는 주장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근로자들의 주장은 근로기준법상 인정되는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고 회사의 재정 및 경영상태와 매출실적 등을 고려하면 근로자들이 마땅히 받았어야 할 임금을 이제야 지급하는 것을 두고 비용이 추가적으로 지출된다는 점에만 주목하여 이를 경제에 중대한 위협이 된다고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하면서 근로자들의 주장이 신의칙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된다는 법원의 판단은 이번에 처음 나온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이미 정기상여금과 같이 일정한 주기로 지급되는 임금의 경우 단지 그 지급주기가 1개월을 넘는다는 사정만으로 그 임금이 통상임금에서 제외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하면서 정기상여금의 경우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원칙을 설시한바있습니다.
다만 상여금을 가산한 통상임금을 토대로 추가적인 수당 등을 청구하는 경우 그로 인해 노사가 합의한 임금수준을 훨씬 초과하는 예상외의 이익을 추구하고 이로인해 사용자에게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워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경우 이러한 법정수당 청구는 신의칙에 위배되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기도 하였습니다.
당시 대법원은 이와 같이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기본원칙만을 확인하는데 그쳤습니다.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되지만 통상임금에 기초한 미지급수당들의 청구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판단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기아자동차 판결이 큰 의미가 있는 이유는 바로 상여금이 포함된 통상임금을 기초로 산정된 미지급수당들에 대한 근로자들의 청구를 처음 인정한 판결이기 때문입니다.
통상임금에 상여금 등이 포함되는지 여부는 근로자들의 권리구제에 있어 상당히 중요한 요소에 해당합니다. 왜냐하면 통상임금은 야근수당, 연장근로수당, 휴일수당, 연차유급수당, 해고예고수당, 산전호보호휴가수당 등을 산출하는데 기준이 되는 임금에 해당되지 때문입니다. 통상임금은 근로자들이 실제 근로하면서 받는 평균적인 임금과는 그 성질이 다릅니다. 통상임금은 정기적, 고정적,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것들만을 포함합니다. 근무성적에 따라 결정되거나 비정기적으로 지급되는 것들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통상임금은 근로자들이 받는 현실적인 임금에 비해 그 금액이 낮게 책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통상임금의 범위가 근로기준법상 모호하게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 제1항에 따르면 통상임금이란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근로 또는 총근로에 대하여 지급하기로 정한 금액을 말한다고 정하고 있음에 불과하고 실제로 어떤 것들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지 못합니다. 결국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것인지 여부는 전적으로 법원의 판단에 따라 결정되는 것입니다. 과거에 법원은 4개월에 한번씩 지급되는 상여금이나 중식대는 비정기적, 비일률적인 것으로 보아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나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는 지급주기가 1개월이 넘는 상여금이라고 하여 통상임금에 반드시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하면서 비록 1개월 주기로 지급되는 성질의 것은 아니지만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 등은 통상임금에 포함될 수 있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하지만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에 대한 비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당시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노사가 사전에 임금수준에 대해 합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미지급수당 등을 청구하는 경우 예외적으로 신의칙에 반한다고 인정된다면 근로자의 청구는 인정될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웠습니다. 원칙적으로 통상임금에 따른 각종 가산금 들은 모두 근로기준법에서 정하고 있는 강행규정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일반원칙인 신의칙에 기초하여 근로기준법에서 정하고 있는 강행규정의 예외를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학계의 많은 비판이 존재합니다. 근로자로서는 당연히 받아야 하는 것을 회사가 부당하게 착취한 것인데 이러한 부당착취이익을 단순히 근로자들이 무지에 따라 합의를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신의칙에 반한다고 하는 법원의 판단은 일반적인 법리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기아자동차 판결은 아직 1심판결로 회사는 항소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해당판결이 확정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다만 이와 같이 법원이 최초로 상여금를 포함한 통상임금을 기초로 한 각종 수당들의 청구를 인용하였다는 점에서 앞으로 이와 유사한 소송이 줄을 이을 것입니다. 근로자들은 지금까지 상여금 또는 중식대 등 정기적으로 지급되지만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음으로인해 회사로부터 지급받지 못하였던 각종 수당들을 청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입니다.
결국 입법적으로 통상임금의 범위를 명확히 정하기 전까지 통상임금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다행히 정부는 판결 이후의 사회적 혼란을 인지하고 통상임금에 대한 규정을 수정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하루속히 통상임금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오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