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인에게 평등한 사법정의
세기의 재판이었던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선고가 지난 금요일에 있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 재판과 더불어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재판은 이번 국정 농단 사태에 있어 최대의 관심 대상 중 하나였습니다. 재판은 매주 2~3회에 걸쳐 이루어졌고 관련 해당 증인만 59명에 이르렀습니다. 담당 재판부는 오로지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 하나만을 맡아 6개월여 의 기간 동안 여기에만 매달렸습니다. 이렇게 국민적인 높은 관심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의 선고 결과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말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민변은 논평을 통해 “행위자들의 처지를 감안해 주면서 그들에 대해 약한 형을 선고한 것에 대해서는 매우 유감스럽다"라며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구형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5년 형을 선고한 것에 대해서는 납득하기 어렵다"라고 밝혀 이번 판결의 양형에 강한 의구심을 제기하였습니다. 이에 반해 반대편에 있던 박근혜 지지자 및 이재용 변호인 측에서는 오히려 이번 판결이 법리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며 이번 월요일에 즉시 항소장을 제출하기도 하였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선고 이후 이래저래 법원의 판결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법원은 이례적으로 판결에 대해서 언론에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법원 공보판사는 "무죄가 인정된 뇌물 부분이 343억 원", "형량이 지나치게 낮다는 표현은 생각해 볼 여지가 있지 않을까"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법원 측은 이번 판결에서 판사 재량으로 형량을 절반인 2년 6개월까지 감경하지 않은 점을 강조하기도 하였습니다. 법원의 입장은 법리적으로 보았을 때 일견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습니다.
특검은 공소사실에서 '뇌물 공여 부분과 관련하여 433억 원, 재산국외도피 부분과 관련하여 79억 원, 횡령 부분과 관련하여 약 298억 원 그리고 국회 위증 부분 총 4가지의 혐의를 적시하였습니다. 그런데 재판부는 해당 공소사실 중 '뇌물 공여 부분과 관련하여 89억 원, 재산국외도피와 관련하여 37억 원, 횡령과 관련하여 81억 원, 국회 위증 만을 인정하였습니다. 범죄 금액에 있어서는 거의 1/5 이상으로 대폭 줄어들었습니다.
판결 선고 전 대부분의 언론과 법조인들은 재산국외도피죄의 법정형은 징역 10년 이상이기 때문에 재산국외도피죄가 유죄로 인정될 경우에는 높은 형량이 선고될 수밖에 없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판결이 선고되자 법조계는 대부분 재판부가 작량감경을 통해 징역 5년이라는 선고형을 정했다고 보는 시각이 다수 존재하였습니다. 그런데 언론의 보도에 따른 법원 입장에 의하면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형량을 정하는 과정에서 담당 재판부는 작량감경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하게 어필하였습니다.
결국 작량감경을 하지 않고서 징역 5년이라는 형량이 선고된 배경에는 재산국외도피죄의 도피 액비 검찰의 주장과는 달리 50억 원 이상이라고 인정되지 않았던 점이 크게 작용하였습니다.
특정 경제 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4조 제2항에서는 도피 액아 따른 법정형을 아래와 같이 정하고 있습니다.
② 제1항의 경우 도피액이 5억 원 이상일 때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가중처벌한다.
1. 도피액이 50억원 이상일 때: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
2. 도피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일 때: 5년 이상의 유기징역
결국 재산국외도피액은 79억 원 중 37억 원만이 인정되었고 이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처단형은 5년 이상 30년 이하의 범위에서 형량이 결정될 수 있었다고 보입니다.
법원의 선고가 법리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하여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이번 판결선고에 대한 비판의 시선은 뜬금없다거나 상식적이지 않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동안 법원과 검찰은 재벌에 대해서는 같은 죄에 대해 일반인들에게 적용되는 법과는 다른 법을 적용하였습니다. 재벌 총수에 대한 선고에는 항상 '징역3년 집행유예 5년'이 공식이었고 집행유예가 없다고 하더라도 경제발전이라는 명목으로 특별사면을 받는 경우가 대다수였습니다. 일반서민들은 꿈꾸지도 못하는 구속집행정지나 외부 의료시설의 입원 역시 재벌들에게는 당연한 통과의례였습니다.
국민들의 이번 선고에 대한 우려는 수십년간의 경험을 통해 나온 나름대로 합리적인 의심인 것입니다. 이러한 국민들의 사법불신은 그동안 가슴속에 쌓여있었던 사법 폐단에 대한 분출이라고 보입니다.
이번 1심 판결에 대한 법원의 입장을 듣고 나니 2심판결이 사뭇 더 궁금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1심의 처단형이 작량감경(법원의 재량에 따라 형량은 절반으로 줄이는 것없이 5년이상 30년 이하였는데 그 중 선고형은 형량범위 중 최하인 5년을 선고하였기 때문입니다. 즉 2심에서 재판부가 작량감경을 적용하여 2년 6개월 이상 15년이하의 처단형이 결정되고 법원이 최저형을 선고할 경우 1심과는 달리 집행유예 선고가 나올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합니다. 물론 작량감경 없이 오히려 선고형이 높게 결정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1심 선고로 이재용 부회장의 형이 확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1심 선고는 어떻게 보면 2심, 3심의 선고형을 정하기 위한 초안에 불과합니다. 2심, 3심의 결론을 어떻게 매듭짓는냐에 따라 이번 사건이 법조계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변화되는 계기가 될 것인지 불신을 더욱 악화시키는 불씨가 될 것인지 판가름나게 될 것입니다.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