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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석주 변호사 Feb 01. 2018

대기만성형 인간

모르는 것의 부끄러움에 대해

주말을 이용해 학원에서 중국어를 배우고 있다. 이전부터 배워야 겠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었으나 실제 이를 실천에 옮긴 것은 최근의 일이었다. 30대에 이르러서 처음 외국어를 배우는 것은 쉽지 않았다.발음도 내 마음같이 되지 않았고 그때그때 강사가 질문하는 것에 대한 대답이 머리에 바로 떠오르지도 않았다. 그래서 수업시간에 항상 뒤늦게 내용을 이해하거나 엉뚱한 대답을 해 다른 수강생들을 당황시키기 일쑤다.

생각해보니 예전에도 나는 항상 그랬던 것 같다. 수업을 들은 내용은  그자리에서 바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집에가서 다시 확인해보고 스스로 고민해본 뒤에야 비로소 수업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다. 당시 나는 스스로 공부머리가 조금 뒤떨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다. 한번은 이런 고민을 같이 수업을 듣던 친구에게 털어놓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친구는 자기도 수업시간에 너무 이해가 안되는데 주변 애들은 다 내용을 이해하고 대답을 유창하게 하는 것 같아 뒤쳐지는 기분이 든다는 고백했다.

© omeganova, 출처 Unsplash


당시에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뒤쳐져 보이는 것이 싫었다. 그래서 마치 이미 다 이해하고 알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후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 모른다고 하더라도 다 알고 있는 척, 잘하는 척을 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러한 사실을 깨달은 뒤부터는 스스로 모르는 부분을 드러내는 것이 그다지 부끄럽지 않았다. 모르는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스스로 속이는 것보다 모르는 것을 드러낸 후 이에 대한 교정을 받는 것이 스스로에게 더욱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소크라테스에게 자신보다 똑똑한 사람이 존재하느냐고 물어보았다고 한다. 소크라테스는 이 질문에  '난 내가 무지하다는 사실을 알고, 저들은 저들이 무지하다는 사실을 모른다. 내가 무지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나는 가장 현명한 것이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스스로 모름을 인정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는 것이다.

물론 일부의 사람들은 습득력이 빠르고 이해도가 높아 짧은 시간에 많은 부분을 이해하기도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경험해본 바로는 얼마나 짧은 시간에 내용을 이해했느냐는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에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그보다 중요한 것이 꾸준히 관심을 기울이고 지속적으로 공부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지금은 수업시간에 바보가 되고 관심학생이 된다고 하더라고 크게 개의치 않는다. 목표가 완전한 습득에 있다면 그건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의 문제임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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