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자의 채무면탈행위에 대한 사해행위취소, 법인격남용
Q : A에게 토지를 매도하였는데 매매대금 중 일부를 받지 못하였습니다.
이에 A로부터 6개월 내에 미지급 매매대금 1억 원을 지급하겠다는 이행각서를 교부받고 소유권을 넘겨주었습니다.
그런데 이후 A는 매수한 토지에 인쇄업 등을 목적으로 B회사를 설립하고 대표이사로 아버지를 선임하였고 B회사 명의로 매수한 토지에 관하여 포괄양수양도를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습니다. 현재 A 명의로 된 재산이 없는데 1억 원의 이행각서를 근거로 B회사에 대해 반환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요?
A :
원칙적으로 채무에 대한 이행청구는 실제 차용증이나 각서에 채무자로 기재된 명의자에 대해서만 구할 수 있는 것이며 채무자가 아닌 제3자에 대해서는 채무의 변제 이행을 주장할 수 없습니다. 특히 채무자가 한 회사의 대표이사로 있다거나 실제로 그 회사가 채무자의 개인기업처럼 운영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개인의 책임을 회사에 물리거나 회사의 채무를 대표이사 개인에게 물릴 수는 없는 것입니다.
이러한 법의 맹점을 이용하여 일부 채무자들은 채무를 면탈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개인이 회사를 설립하지 않고 영업을 하다가 회사를 설립해 회사가 제3자에 대해 모든 채무 변제 책임을 지면서 개인은 회사의 재산을 빼돌려 실제 이익을 취득하거나 개인이 채무 변제 책임을 지는 와중에 다른 회사를 설립한 후 모든 재산을 회사에 양도하여 회사로 재산을 빼돌리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이처럼 개인이나 회사가 채무 초과 상태에서 본인의 재산을 회사나 개인에게 빼돌리는 경우 채권자는 채권자 취소소송을 통해 빼돌리는 재산을 반환시킬 수 있고 반환된 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을 통해 채권을 회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빼돌리는 행위가 사해행위로 인정받기 어렵거나 채권 발생 전에 재산이 이미 이전된 경우에는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통해 채권을 회수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사해행위취소 소송을 통해 채권을 회수하는 것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 채권자는 법인격 남용 이론을 통해 껍데기만 남은 개인이나 회사가 아닌 실제 재산을 빼돌린 당사자에 대해 채무변제 책임을 물리는 것도 가능합니다.
즉 개인이 회사를 설립하지 않고 영업을 하다가 그와 영업목적이나 물적 설비, 인적 구성원 등이 동일한 회사를 설립하는 경우에 그 회사가 외형상으로는 법인의 형식을 갖추고 있으나 법인의 형태를 빌리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고 실질적으로는 완전히 그 법인격의 배후에 있는 개인의 개인기업에 불과하거나 회사가 개인에 대한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함부로 이용되고 있는 예외적인 경우까지 회사와 개인이 별개의 인격체임을 이유로 개인의 책임을 부정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회사의 법인격을 부인하여 그 배후에 있는 개인에게 그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01. 1. 19. 선고 97다21604 판결, 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7다90982 판결)
나아가 그 개인과 회사의 주주들이 경제적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등 개인이 새로 설립한 회사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면서 자기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지배적 지위에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로서 회사 설립과 관련된 개인의 자산 변동 내역, 특히 개인의 자산이 설립된 회사에 이전되었다면 그에 대하여 정당한 대가가 지급되었는지 여부, 개인의 자산이 회사에 유용되었는지 여부와 그 정도 및 제3자에 대한 회사의 채무부담 여부와 그 부담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아 회사와 개인이 별개의 인격체임을 내세워 회사 설립 전 개인의 채무 부담행위에 대한 회사의 책임을 부인하는 것이 심히 정의와 형평에 반한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회사에 대하여 회사 설립 전에 개인이 부담한 채무의 이행을 청구하는 것도 가능합니다.(대법원 2021. 4. 15. 선고 2019다293449 판결)
법인격남용 이론은 실제 채무자가 아닌 제3자에게 그 변제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므로 그 인정범위가 굉장히 좁습니다.
법원에서 법인격 남용을 인정하는 몇가지 판단기준이 있는데 첫번 째는 개인과 회사와의 관계입니다. 개인와 회사의 임원들이 가족관계에 있거나 주소지가 모두 동일하다면 법인격남용에서는 가장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됩니다. 또한 개인이나 기업이나 자산을 포괄적으로 양수받으면서도 특정채무에 대해서는 인수를 하지 않은 경우에도 법인격 남용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재산 이전의 대가가 현저히 낮은 경우, 실제 회사가 껍데기 뿐이거나 영업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은 경우 등이 법인격 남용을 인정하는데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채권자의 입장에서는 채무자가 채무면탈을 위해 재산을 빼돌리는 경우 가장 우선적으로 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 사해행위취소소송입니다. 사해행위 취소소송이 쉽지 않은 경우에 최후적으로 법인격 남용 법리를 검토해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법인격 남용 법리는 제3자에게 채무변제 책임을 묻는 것이어서 그 인정범위가 상당히 좁으므로 이를 주장하고 입증하는 데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입니다.
이상 문석주 변호사였습니다.
2021. 7. 7.
문석주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