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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울리 Slowly Sep 02. 2022

단 한 사람만 있다면


머리가 온통 하얗게 쉰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가 돌이 채 되지 않은 어린 손자를 아기띠로 매고 조심 조심히 발걸음을 옮긴다. 어찌나 사뿐사뿐 걷는지 걸음걸이가 마치 임신한 여자와 같다. 주변을 지나던 나조차 덩달아 숨죽이고 그 옆을 살살 걸어 지나가게 된다. 슬쩍 보니 아이의 눈꺼풀이 반쯤 감겨 있다. 아하, 꼬마가 잠들었구나.

같은 아파트에 사는 할아버지는 어제도 오늘도 손주를 품에 귀하게 안고서 아침 산책을 한다. 가슴이 따뜻해져 오는 장면이다. 인간은 결국 품어주고 안아주는 사람에 의해 자라는구나! 한 순간이라도 진심으로 나를 끌어안아줄 누군가 있다면 결코 삶을 허투루 살아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꼭 부모가 아니더라도.

마음이 갈피를 잡지 못할 때도 눈 감으면 생생히 떠오르는 한 사람, 그 존재의 힘으로 오늘 살아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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