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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울리 Slowly Aug 15. 2022

이 순간만이 가장 확실하다




어리석은 사람은 잃고 난 뒤에서야 잃어버린 것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고 후회하는 일을 반복한다.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짧은데 말이다.




눈에 콩깍지를 쓰고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고, 열렬히 사랑할 시간도 어찌 보면 한 때가 아닐까. 살아 있는 모든 것은 병들고, 약해지고, 노화한다. 100세 시대를 살고 있다고 하지만 그게 꼭 내 인생에 적용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어느 날 우연히 세상에 태어났고, 계획 없이 다시 돌아가게 될 테니까. 순천 선암사에 있는 수백 년 된 홍매화 나무를 보 경외심을 느낀 적이 있다. 우리가 자연 앞에서 한 없이 겸허해지 이유 역시 인간의 생 불확실하고 애틋하기 때문 아닐까.




무엇인가 진심으로 대할 때 우리는 행복을 맛본다. 끼니를 때우기 위해 대충 먹는 게 아니라 진짜 먹고 싶은 음식이 생기면 설렌다. 몸이 원하는 음식을 먹을 때 집중해서 맛을 느껴본다. 훌륭한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먹을 수 있다면 맛 기쁨 배가 된다. 



최근에 진심으로 웃어본 적은 언제였나? 아이와 함께 울주의 한 목장에 양 먹이 주기 체험을 하러 갔다. 잘게 자른 당근을 손바닥 위에 올려 양에게 먹여주는데, 혀로 손바닥을 쓱 핥기도 하고 와그작와그작 거리는 소리와 입을 씰룩거리며 당근을 먹는 모습 기쁘고 행복했다. 아이에게 동물 체험을 해주려고 갔는데 실은 내가 더 고 치유되는 것 같았다.




30대로 들어서는 길목에서 마주한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을 지켜보며 생각했다. 내일은 반드시 오는 것이 아니고, 이 순간이 아니면 어느 것도 기약할 수 없다고. 그래서 즐거운 순간이 찾아오면 딴생각할 겨를 없이 풍덩 빠져서 행복을 만끽한다.

이 순간만이 가장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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