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은 사람은 잃고 난 뒤에서야 잃어버린 것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고 후회하는 일을 반복한다.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짧은데 말이다.
눈에 콩깍지를 쓰고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고, 열렬히 사랑할 시간도 어찌 보면 한 때가 아닐까. 살아 있는 모든 것은 병들고, 약해지고, 노화한다. 100세 시대를 살고 있다고 하지만 그게 꼭 내 인생에 적용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어느 날 우연히 세상에 태어났고, 계획 없이 다시 돌아가게 될 테니까. 순천 선암사에 있는 수백 년 된 홍매화 나무를 보며 경외심을 느낀 적이 있다. 우리가 자연 앞에서 한 없이 겸허해지는 이유 역시 인간의 생이 불확실하고 애틋하기 때문은 아닐까.
무엇인가 진심으로 대할 때 우리는 행복을 맛본다. 끼니를 때우기 위해 대충 먹는 게 아니라 진짜 먹고 싶은 음식이 생기면 설렌다. 몸이 원하는 음식을 먹을 때면 더욱 집중해서 맛을 느껴본다. 훌륭한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먹을 수 있다면 맛과 기쁨은 배가 된다.
최근에 진심으로 웃어본 적은 언제였나? 아이와 함께 울주의 한 목장에 양 먹이 주기 체험을 하러 갔다. 잘게 자른 당근을 손바닥 위에 올려 양에게 먹여주는데, 혀로 손바닥을 쓱쓱 핥기도 하고 와그작와그작 거리는 소리와 입을 씰룩거리며 당근을 먹는 모습에 기쁘고 행복했다. 아이에게 동물 체험을 해주려고 갔는데 실은 내가 더 웃고 치유되는 것 같았다.
30대로 들어서는 길목에서 마주한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을 지켜보며 생각했다. 내일은 반드시 오는 것이 아니고, 이 순간이 아니면 어느 것도 기약할 수 없다고. 그래서 즐거운 순간이 찾아오면 딴생각할 겨를 없이 풍덩 빠져서 행복을 만끽한다.
이 순간만이 가장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