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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마인더 Feb 10. 2023

서른일곱은 어른일까요



나이가 들면 저절로 어른이 되는 줄 알았다.




어른이 되면 사소한 실수쯤은 하지 않고, 저절로 인간적 성숙을 이루며 진로 고민도 하지 않을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이제 꽤 어른스러운(?) 나이가 되었음에도 여전히 나는 서투른 실수를 하고 어떨 땐 다섯 살 아이보다 더 유치하며 여전히 인간관계와 진로고민을 한다. 이제 좀 감이 온다. 지금보다 더 나이가 들어도 이런 고민들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을 거란 걸.




어릴 적에 엄마가 화나 나서 회초리를 들면 나는 손을 싹싹 빌면서 용서해 달라고 했다. 일단 아픈 건 피하고 싶었고 상대가 화난 건 분명 이유가 있을 거라고 짐작했기 때문이다. 엄마는 무턱대고 회초리를 든 적이 없었다. 마음 찜찜한 일이 생기면 먼저 말을 꺼내서 진심을 전하려고 하지만, 오히려 가까운 사이에선 말을 꺼내지 못하고 어물쩍 넘어가버리기도 한다. 사과할 일이 켜켜이 쌓이면 안 될 텐데... 실수를 드러내 인정하는 일은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어렵다. 애초에 사과할 일을 안 만드는 게 가장 현명하겠지만,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는데 나는 남에게 피해 한 번 준 적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 또한 망상이 아닐까.




인간은 각자가 하나의 섬이며 서로 다른 세계다. 우리는 충돌을 통해 서로를 인식해 왔다. 고마움과 감사를 자주 표현하는 사람은 늘 만나고 싶은 사람이다. 그런데 그보다 더 귀한 사람은 먼저 사과할  아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드물어서 내 인생에서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이다. 체면을 내려놓는 일은 생각보다 만만하지 않고 상대에 대한 존중과 애정 없이는 아예 불가능한 일이기존경심 마저 드는 것이다.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 보지 않는다.'는 류시화 시인의 책 제목처럼, 지난날 자신의 부족한 모습에 머물지 않고 고마움만큼이나 미안함도 자주 표현 하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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