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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울리 Slowly Feb 08. 2023

말로 상처 입히는 사람

나를 비추는 관계

      


완벽한 인간은 없다.
나 자신의 부족한 면과 마주하는 일은
왜 이토록 가슴 쓰라리고 낯 뜨거울까.





대체로 스스로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네가 특별한 줄 알아? 잘난 것도 없으면서, 누가 네 말하는 것도 들었어. 나대지 좀 마!" 하는 말을 들었다. 문자 그대로는 아니었지만 중심 내용이 명확히 전해졌다. 도대체 내가 이 사람에게 왜 이런 말을 들어야 하는지, 구차하게 해명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알 길이 없었다. 커피를 마시다가 요청하지도 않은 충고를 듣는 순간 심장 박동수가 빠르게 올라가고 얼굴이 따끔거렸다. 정신줄을 다시 잡고 "솔직하게 충고해 줘서 고마워요." 하며 자리를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좀처럼 화가 사그라들지 않았다. 그를 좋은 사람으로 믿고 마음을 열어가던 중이었기 때문에 더욱 충격이 컸다. 그것이 그의 본색이라 여겼고 다시는 먼저 연락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정말 불쾌한 경험이었다.





우리가 분노를 느낄 때 크게 두 가지 방어기제가 발현된다.
첫 번째는 날 비난한 상대를 나도 똑같이 비난하는 것이다.
“네가 나에 대해 뭘 안다고 감히 날 비난하는 거야? 날 비난할 자격이라도 있나?” 하면서 복수심과 분노로 가득 차는 것이다.
두 번째는 상대에게 느끼는 비난의 감정을 자신에게로 돌리는 것이다.
“그래 나는 비난받아 마땅해. 내가 얼마나 못난 인간이면 그런 소리까지 듣겠어” 의기소침해 스스로 우울에 늪에 빠지는 것이다.




상대의 비난에 부러지고 시들지 않는 방법은 무엇일까? 양창순 정신의학박사에 따르면 굳이 비난을 곱씹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문제를 개선해 나가는 것이다. 내가 상대에게 너무 약한 모습만 드러내 상대가 공격할 여지를 마련해 주지는 않았는지, 스스로 똑바로 보지 못한 채 놓친 부분은 없었는지 살펴볼 필요도 있다. 열불 나는 감정에 사로잡혀 있다 보면 내 인생에서 중요하지 않은 사람과의 관계 때문에 스스로 건강만 해치게 될 테니까.





기가 막힌 것은, 살아가다 보면 상대의 독설에 상처 입는 피해자가 될 수도 있지만 때로는 의도치 않게 우리 자신이 가해자가 돼버리는 순간 역시 존재한다는 것이다. 나는 한 번도 상대의 어려운 상황에 대해 요청하지도 않은 충고를 남발한 적이 없는가? 조언해 준답시고 아는 체하고 통찰력을 과시한 적은 없었나? 가족처럼 편안한 사이라고 해서 필터 없이 하고 싶은 말을 모두 내뱉지는 않았던가? 남을 비난하기는 쉽지만 나 자신의 부족한 면과 마주하는 일은 가슴 쓰라리고 낯 뜨거운 일이다. 나 역시 매사에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 누구에게나 양면성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일은 인간성의 성장에 반드시 필요하다. 상처를 주는 상대를 거울삼아 나 자신을 돌아봐야겠다. 완벽한 인간은, 실수하지 않는 인간은 없다.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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