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게’ 같이 잘 쓰고 싶다

아직 만나지 못한 나를 위하여  

글 쓰는 행위는 밥이 아니라 삶을 위한 것이다. 읽고 생각하고 쓰면서 오롯이 나를 만나는 시간이다. 스스로 잘 이해하고 자기 자신과 관계가 좋은 사람은 이미 성공한 생을 살고 있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도 나를 잘 모른다. 우리 마음속에는 자부심, 사랑, 열망, 미움, 고독 등 온갖 감정들이 있지만 이를 세심하게 살펴보기에 일상생활은 바쁘고 할 일이 많다.         

글을 읽으면서 다른 사람의 마음속에도 나와 같은 감정이 있구나 하고 알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안에 이런 감정이 있었구나 알아차리게 되는 것이다. 나 스스로를 잘 안다면, 상대가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해도 크게 중요하지 않다. 누군가 나를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것이다. 내가 나를 더 잘 알게 되고 보살피는 일이 글쓰기를 통해 가능해진다. 그래서 우리는 써야만 하겠다.      

글 쓰다 보면 별 별 생각이 다 든다. 내 감정을 너무 드러냈나? 혹은 너무 드러내지 못했나? 글이 너무 딱딱하게 전달되는 건 아닐까? 너무 형식적으로 썼나? 등 여러 가지 생각이 찾아오는 것이다. 그럴 때면 다시, “자 자! 머리 굴리지 말고 쓰세요. 그냥 써! 써야 글이 는다니까!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써! 있는 척하지 말고! 쓸게 없으면 더 읽든지?” 내 머릿속에 있는 한 분이 나와서 따끔하게 몇 마디 하신다.       

브런치 글쓰기를 하면서 살면서 한 번도 만나지 못했을 누군가의 깊은 속이야기를 듣고, 공감하기도 하고 응원하게 된다. 이런 인생도 있구나! 감탄하고 때로는 놀란 가슴으로 글을 읽어 내려간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좋아요를 누르는 것뿐이지만, 힘내 주세요! 진심을 꾹꾹 담아 손가락으로 버튼을 누른다. 다른 작가님이 내 글쓰기를 응원해 주기도 하는데 (덕분에 고맙고, 참 행복합니다!) 뜬금없는 고백을 전해본다.              

인생의 좋은 스승과 멘토는 꼭 학교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살면서 얼굴 한번 못 본 사람이 내 스승 또는 멘토가 되어주기도 하는 놀라운 일이 이곳에서 일어 난다. 그리고 우리가 읽는 글이나 책 속에도 늘 ‘그분’이 계신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읽어야만 하겠다.     

내 글을 읽고 있는 사람에게 시 한 편 선물하고 싶다.

어떻게 이렇게 ‘게’ 같이 잘 쓸 수 있는지! 내가 거품을 물 지경이었던, 안도현 시인의 시 ‘스며드는 것’이다.

스며드는 것
안도현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