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쓰는 일에 뜸했다. 겨우 몇 편의 글을 썼을 뿐인데 소재가 마땅찮은 것 같기도 하고, 내가 쓴 글이재미, 지혜, 공감 중무엇하나라도 주고 있는가? 여까지 생각이 이르자 동력이 떨어져 주춤하게 된 것이다. 에라! 연말이니까 재정비 기간을 좀 가져보자! 하며 글쓰기에서 손을 놓았다. 머릿속으로는 매일 글감을 떠올려보기도 하고 에피소드가 떠오르면 노트에 메모를 해두기도 했지만 며칠이 지나고 다시 찾아보면 맥락을 잡기엔 너무 허접한 기록 몇 줄이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하루가 며칠이 되고 몇 달이 금세 지나갔고 카카오브런치 팀에서 60일 동안 글을 발행하지 않았다는 알림 메시지가 와있다. 역시 꾸준히 쓰지 않으면 성장도 멈춰버린다는사실을 굳이 경험하고선힘이 빠져서 어깨를 툭 떨군다.
어릴 때 시작해 지금까지 꽤 오래 수영을해왔다. 때문에 수영장 물 안에서 물개(?) 비슷한 흉내를 낼 줄 안다. 바닥을 차고 뻗어나가기도 하고 물속에서 드러누워 수영장 천장을 바라보기도 하고 잠수도 꾀 멀리까지 한다. 자유형이나 평영 같은 영법으로 헤엄 치는 게 아니라 물개 혹은 고래가 된 듯 배를 뒤집고 드러누워 보기도 하며 몸을 부력에 내 맡긴 채 자유로움을 느껴본다.수영장에서 나는염소와 락스 냄새가 익숙할 만큼 오랫동안힘 빼고 헤엄치는 법을 훈련했기 때문에 즐길 수 있는 프리스타일이라고나 할까.
글은 손가락 지문 같다. 하얀 건 종이요 검은 건 글씨라는 것은 매 한 가지지만 쓴 사람에 따라 느낌과색감 향기도 모두 다르게 느껴진다. 누군가의 글은 유독 친근하게 느껴지고 내가 경험한 것 마냥 공감이 간다. 읽고 있는 것만으로도그저 기분 좋은 글도 있는데그런 보석 같은 글을 발견하면 작가의 다음 글을 찾아 읽는 기쁨은 덤이다. 어떤 글은 읽다 보면 작가가 누구인지 짐작되기도하는데, 이런 걸 보면 글에는 분명고유한 지문이존재한다고 믿게 되는 것이다.존재를 글에새겨 넣는일.재능이 있어도 꾸준함 없이는 불가능하다.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이론물리학자 중 한 사람으로 알려진 데이비드 봄은 양자역학 및 상대성이론에 많은 공헌을 했다. 정말이지 양자역학이 뭔지 모르겠다고 생각한 그는 이렇게 결심한다.
무엇인가 이해할 수 없을 때, 그때 해야 할 최선의 행위는 책을 쓰는 것이다. 다 읽고 난 다음에 쓰는 게 아니라 뭔가를 더 이해하고 싶을 때 쓴다는 뜻이다.
모르니까 쓴다. 더 잘 알기위해서 써야 한다.글감, 스타일, 완성도 타령은 접어 넣어두고 그저쓰는 게 중요하겠다. 누군가 알아봐 주는 문체는 아니라도 내가 알아차릴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