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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울리 Slowly Feb 07. 2023

얻기 위해 잃는 것   

단순한 삶이 주는 선물


이뤄내고 싶은 것이 있는 사람, 더 잘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헤맬 수밖에 없다.
세상이 가르쳐 주는 그 어떤 좋은 방법도 애초에 자신의 방법은 아니기 때문에
시행착오가 있을 수밖에.
그럼에도 기꺼이 해보리라 마음먹을 수 있다면,
단순한 삶이 주는 고독은 오히려 인생의 '선물'이 아닐까.






아무래도 경력 단절이 온 것이 맞다. 기존 강의 분야에서 좀 더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모양을 바꾸려다 보니 불러주는 곳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냥 사람들이 원하는 방향에 맞춰서 해, 결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라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해야 한다고" 그래, 알겠는데!(사실은 잘 모르겠다.) 내 것이 옳기 때문에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등한시하려는 게 아니다. 접점을 찾는 일이 내게는 정말 쉽지 않아서 헤매는 중이다. 청중 없는 강사, 독자 없는 작가는 성립될 수 없다. 이는 바위 아래에 웅크려 동면중인 개구리와 다를 것이 없지 않은가.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눈으로 봐선 도통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애매할 따름이다. "요즘 뭐 하고 지내?" (고마운 안부가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그냥, 글을 쓰고 있어요." 구름이 해를 가린 오늘 날씨가 어쩐지 겨울도 봄도 아닌 것이 내 상태 같지만, 어쨌든 봄은 온다.





똑같은 일과의 반복은 일종의 최면이다.




무라카미의 일과는 글을 쓰기 위한 에너지를 확보하는데 맞춰져 있다. 새벽 네시에 일어나 대여섯 시간은 글쓰기에 매달리고 오후에는 달리기나 수영을 하며 저녁 9시 무렵에는 잠자리에 든다고 한다. 그는 "체력도 예술적 감성만큼 필요하다."라고 말하며 매일 별다른 변화 없이 이런 습관의 반복을 통해 최면에 빠진 듯한 정신 상태를 유지한다고 했다. 이런 습관적인 생활이 사교적인 삶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지만, 자신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독자와의 관계라 확신했다. 때문에 쓰는 일에 몰두할 수 있는 단순한 생활을 유지하며 신작을 발표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무언가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잃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되겠단 생각을 한다.





출처 GQ KOREA 무라카미 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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