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슬로울리 Slowly Jul 01. 2023

존재한다. 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일 뿐



우리 동네에는 30분 정도 걸으면 한 바퀴를 돌 수 있는 호수가 있다.

이 동네로 이사 오기 전인 5~6년 전부터 호수의 존재를 알았지만, 찾아 올 생각은 하지 않았다. 



재작년부터, 시간 될 때마다 걷기 위해서 이곳을 찾는다. 

왜 진작부터 오지 않았을까. 

이처럼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에.



돌멩이 하나, 나뭇잎의 연둣빛, 매일 다른 모양으로 흐르는 물살, 유유히 헤엄치는 자라 한 마리.

이곳에 올 때마다 매번 다른 풍경을 마주한다.



재미있게도, 해야 할 일에 마음을 사로잡혀 있을 땐 이것들을 하나도 못 본채 시작점으로 돌아오는 날도 많다.

매일 일상 속에서도 이처럼 놓치는 것 투성이가 아닐까.

나는 무엇을 보았고 또 무엇을 놓쳤을까.




내가 알기 훨씬 전부터 호수는 이곳에 존재했다.

다만, 내가 알지 못했을 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할머니의 이상한 재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