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에는 30분 정도 걸으면 한 바퀴를 돌 수 있는 호수가 있다.
이 동네로 이사 오기 전인 5~6년 전부터 호수의 존재를 알았지만, 찾아 올 생각은 하지 않았다.
재작년부터, 시간 될 때마다 걷기 위해서 이곳을 찾는다.
왜 진작부터 오지 않았을까.
이처럼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에.
돌멩이 하나, 나뭇잎의 연둣빛, 매일 다른 모양으로 흐르는 물살, 유유히 헤엄치는 자라 한 마리.
이곳에 올 때마다 매번 다른 풍경을 마주한다.
재미있게도, 해야 할 일에 마음을 사로잡혀 있을 땐 이것들을 하나도 못 본채 시작점으로 돌아오는 날도 많다.
매일 일상 속에서도 이처럼 놓치는 것 투성이가 아닐까.
나는 무엇을 보았고 또 무엇을 놓쳤을까.
내가 알기 훨씬 전부터 호수는 이곳에 존재했다.
다만, 내가 알지 못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