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과 표현의 교집합
사랑,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은 색도, 향기도, 형태도 없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가족이나 연인처럼 매우 가까운 사이에서도 사랑을 증명하거나 확인받고 싶어 한다. 그것은 분명 존재하지만, 동시에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일상을 함께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고 익숙해질수록 서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아이러니에 빠지기도 한다. 우리 사이에 여전히 사랑이 존재하는가? 흔적을 발견하길 원한다면 먼저 상대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해 보라. 그 안에 어떤 형태로든 그것이 녹아들어 있을지 모른다. 비록 내가 바라던 방식이 아닐지는 몰라도.
봉태규배우의 이야기다.
그는 어렸을 때 아버지의 양복주머니에서 만 원짜리 지폐 다발을 발견한다.
그 이후로 필요할 때마다 종종 그 지폐 다발에서 돈을 조금씩 빼내어 썼다.
부모님에게 걸리지는 않았지만 스스로 이러면 안 되겠다고 생각한 그는 점차 그 돈에 손대는 횟수를 줄였고 결국엔 더 이상 손을 대지 않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다시 무언가에 이끌리듯 아버지의 양복 속주머니에 손을 댔는데, 예전과 달리 천 원짜리 지폐 뭉치가 들어있었다.
의아했지만 조금의 돈을 빼 쓰고 그 일을 곧 잊어버리게 되었다.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장례를 마치고 들린 부모님 집에서 자신이 종종 돈을 빼내 쓰던 아버지의 그 양복을 발견한다.
어머니가 말했다. 아버지가 너 필요할 때 꺼내 쓰라고 항상 저 양복 주머니에 돈을 넣어 놓았다고. 알고 있었느냐고.
형편이 어려워졌을 때는 천 원짜리 지폐라도 넣어 두셨다고 했다.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했다고 생각한 채 어른이 되었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뒤에야 알게 된 것이다.
아버지는 아버지만의 방식으로 나를 사랑하고 계셨다는 것을.
세상에 아껴서는 안 되는 게 있다면, 그건 바로 마음을 표현하는 일이라고 그는 말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드러내 보이고 싶은 게 사람이다.
나를 봐주기를, 알아주기를 바라는 것이 사랑이다.
목적에 치여 자기 마음조차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표현 방법을 몰라 점점 더 멀어져 가고 있지는 않은지.
지금 당신은 어떤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