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참으로 오묘한 존재가 아닌가?
어린 시절의 나는 공감 능력이(감성, 배려, 상냥함, 친절함 등) 한참 부족했다.
활동적이었고 경쟁적이면서 심지어 잔혹했다.
동네 친구들과 곤충 수집을 한다고 산과 집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곤충을 마구잡이로 잡아 가두고 채집통 안에서 죽든 말든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살아 있는 개구리 뒷다리를 찢은 적도 있다.
연약한 존재에 대한 관심이 언제부터 생겨난 것인지 모르지만, 이제 생명이 있는 것에 대해 예전보다는 훨씬 더 조심성을 가지고 대한다.
산책길에서 가끔 나방이나 나비의 애벌레를 만나면 기어이 수풀이나 나무 위로 올려주고 오곤 한다. 가끔 지렁이도.
집안이나 실내에 들어온 곤충이나 작은 새를 만나면 마음이 쓰여서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올라가려는데 약간 낯익은(?) 나방이 살포시 앉아 있었다.
엇, 이 패턴? 이 녀석 언젠가 만난 적이 있는 녀석 같은데?라는 생각을 했다.
얼마 전 아스팔트 도로 위에서 발견해 수풀로 넣어준 갈색계열의 특이한 패턴을 가진 애벌레 한 마리가 떠올랐다. 물론 그 애벌레가 나방이 되어 나를 찾아왔을 리는 만무하다.
인간 내면에는 선과 악이 공존한다.
강인함과 나약함이 공존한다.
이성과 비이성이 공존한다.
합리와 불합리가 공존한다.
아름다움과 추함은 별개가 아니다.
양립되는 가치 사이를 늘 시소처럼 오가며 균형을 잡아가야 하는 것이 인간의 과제인지 모른다.
어느 길이든 나 자신을 조금 더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는 길이라면 좋겠다.
그나저나,
곤충의 생명은 소중히 생각하면서 바퀴벌레는 박멸하고 싶은 이중성과 모순은 어디서 오는 걸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