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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마인더 Dec 07. 2023

그를 다 안다고 착각하지 않기

사랑에 빠지는 것보다 백배는 더 어려운 일   



예전에 할리스커피에서 소개팅을 한 적이 있는데 그 남자는 여자의 호감을 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듯했다. 커피를 주문할 때부터 그는 내가 주문하는 메뉴를 따라 주문하는가 하면, 차를 마시며 대화를 하는 내내 주로 내 취향과 나에 대한 정보를 알기 위해 몰두했다. 단정하고 건강해 보이는 남성이 여성에게 이런 태도로 다가온다면 대부분의 여성은 호감을 느낄 것이다. 처음 만난 상대의 마음을 열기 위한 방법으로 질문과 경청만큼 강력한 것은 없다고 믿는다.



누군가의 마음을 알고 싶을 때 우리는 그 사람의 눈을 자주 쳐다보게 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읽어내고 싶은 호기심과 열망 때문에 도리어 눈을 바라보는 것이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서로 눈을 바라보는 시간이 길 수밖에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때가 되면 사랑도 식는다. 사람마다 그 시기가 조금씩 다를 뿐이다. 세 시간을 수화기를 붙들고 귀에 불이 나게 통화해도 아쉽기만 하던 그와의 대화는 점점 사라져 간다. 한 집에서 매일 얼굴을 마주하면서도 서로의 일상이 궁금해지지 않게 되는 날이 오는 것이다.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권태는 오랜 관계를 무너뜨리기도 하지만 이 시기를 잘 지나온 두 사람은 더욱 견고하고 깊어진다. 열정적 사랑에서 성숙한 사랑으로 가는 관문을 통과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때가 사랑의 호르몬 도파민이 유대감과 안정의 호르몬 옥시토신, 바소프레신과 비로소 최적의 균형을 찾게 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오랜 시간 한결 같이 서로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은 무엇이 다를까? 진정한 관계는 제 눈에 콩깍지가 벗겨지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 익숙한 상대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능력(관심), 변화를 민감하게 감지하는 노력(질문)은 두 사람의 관계를 지키는 자물쇠가 된다. 이 두 가지가 메말라버린 관계는 이전에 아무리 뜨거웠다 할지라도 차갑게 식을 수밖에 없다. 서로 한 몸과 같았던 두 사람이 남보다 먼 사이가 되는 거다. 사랑에 빠지는 일은 어렵지만 유지하는 것은 백배는 더 어렵다.   



착각하지 마라. 내가 그를 가장 잘 안다고. 오랜 시간을 함께 해 왔기 때문에 내가 상대를 가장 잘 안다는 것은 착각일 뿐이다. 더 이상 궁금한 것도 질문할 것도 없는 관계는 이미 그 수명을 다했다. 관계는 매 순간 재창조되며 자라나기 때문에 죽는 순간 까지도 그 끝을 다 알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요즘 사람들은 자기감정에 솔직하다. 이제 더 이상 결혼이라는 제도로 두 사람의 사랑을 오래도록 묶어두지도 못한다. 사랑하는 척 하지만 서로 노력할 의지가 남아있지 않는 관계보다, 진짜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관계를 선택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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